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어 가는 가운데 상장사 3곳 중 1곳은 실제 실적이 시장의 전망치에 크게 못 미치는 ‘어닝 쇼크(earning shock·실적 충격)’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급격하게 상승한 금리와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상반기까지 견조한 실적을 내온 기업들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자료=에프앤가이드 그래픽=백형선

14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까지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중 증권사 3곳 이상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평균)가 있는 180개 기업 가운데 87곳의 실적이 전망치보다 낮았다. 전망치보다 10% 이상 실적이 나빠 ‘어닝 쇼크’라고 할 만한 기업은 57곳으로 전체의 31.6%에 달했다. 상장사들의 실적 발표는 98%(금액 기준)에 달해 남은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전반적인 분위기를 바꾸지는 못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국내 상장사들의 이익 감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총 상위도 줄줄이 어닝쇼크

전망치에 비해 가장 저조한 실적을 낸 기업은 중견 카메라 모듈 기업 엠씨넥스였다. 이 기업은 3분기 102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제로는 1억원에 그쳤다. 엠씨넥스는 삼성전자에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대표적인 협력사 중 하나로 올해 휴대폰 시장 수요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 이익은 10조8520억원으로 전망치보다 8.6% 낮았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시총 상위 기업 중 상당수가 전망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SK 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이익 1조 6556억원을 기록해 전망치를 23.2% 하회했고 현대차(1조5518억원)와 기아(7682억원)는 전망치보다 실제 영업이익이 각각 45.5%, 60,7%씩 낮았다. 카카오(-16%), 포스코홀딩스(-39%), LG전자(-14%) 등도 전망치보다 10% 이상 실적이 나빴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실적 하향은 4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SK하이닉스의 경우는 내년에도 연간으로 적자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증권업계 ‘휘청’

증권사 전망치가 3개 미만인 기업까지 범위를 넓히면 전망치 대비 실제 영업이익이 가장 낮은 기업은 효성화학이다. 3분기 영업이익은 전망치가 118억원이었는데 실제로는 1398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올해 대부분 실적이 나빴다. 유가 상승으로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 데 반해 상승분을 제품에 반영하지 못했고, 불황 때문에 전반적으로 수요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영업손실 4239억원을 기록해 전망치(-1184억원)보다 2배 이상 손실이 컸고 금호석유화학은 영업이익 2305억원으로 예상치보다 14.8% 낮았다.

반면 석유화학 기업 중에서도 전기차 배터리 소재와 태양광 등 미래 먹거리를 키운 기업은 실적이 좋았다. 한화솔루션은 3484억원, LG화학은 90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망치 대비 각각 27%, 5.8% 높았다.

지난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던 증권사들의 실적도 불과 1년 만에 무너졌다. NH투자증권은 3분기 영업이익 685억원을 기록해 전망치(1689억원) 대비 괴리율이 -59.4%를 기록했다. 미래에셋(-34.2%), 삼성증권(-17.6%), 키움증권(-5.3%) 등 대형사들이 모두 전망치를 밑도는 실적을 냈다. 주요 증권사들의 지난해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감률은 미래에셋(-62.3%), NH투자(-77.0%), 한국투자(-76.1%), 삼성증권(-57.0%), 키움증권(-44.1%) 등이다. 지난해에는 증권사 5곳이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지만 올해는 누적 이익이 3분기까지 8000억원을 넘은 기업이 메리츠증권(8235억원)뿐이다.

◇내년 실적 전망치도 하향 조정

기업들의 내년 실적 전망치도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4일 컨센서스가 존재하는 코스피 상장사 179곳의 내년 예상 영업이익은 총 194조5666억원으로 올해보다 0.16% 적을 전망이다. 순이익은 147조9227억원으로 올해보다 2.56%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 전망치는 한 달 전만 해도 각각 213조3558억원과 162조3562억원으로 올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3분기 전망치에 어긋나는 실적이 발표된 뒤 이익 전망의 급격한 조정이 있었다”면서 “내년에도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