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코스피 지수가 28%까지 하락하며 주식 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펀드들도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수익률을 낸 일부 뮤추얼펀드보다 주식형·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펀드 투자도 주식과 마찬가지로 “쌀 때 사면 이득”이라는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익률 낮아도 증권형·채권형 ETF 인기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의 국내 테마별 펀드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주식 ETF는 평균 수익률이 연초 이후 -26.26%를 기록했다. 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상품이 많은 만큼 코스피 지수 하락률과 비슷하게 움직인 것이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 ETF는 -20.34%, 국내 채권 ETF는 -2.4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3개월로 좁혀보면 국내·해외 주식과 채권 ETF가 각각 -6.47%, -4.91%, -1.32%의 수익률을 보였다. 하지만 낮은 수익률에도 설정액은 증가세다. 최근 3개월 새 국내 주식 ETF가 1조6858억원, 해외 주식 ETF가 7536억원 늘어났다. 국내 채권 ETF의 경우 이 기간 3049억원이 빠졌지만 올해 전체로는 1조6353억원 증가했다.
주식이 하락할 때 반대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인버스 상품 등이 포함된 ‘기타 ETF’는 최근 3개월 사이 설정액이 1조8824억원 늘었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기타 ETF는 오히려 연초 이후 평균 10%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기타 ETF’에는 주가 상승률의 2배 수익을 내도록 설계돼 있는 레버리지 ETF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 상품들은 올해 수익률이 -50%까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설정액은 늘어나는 추세다. 임종욱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마케팅 팀장은 “ETF는 주식처럼 빠르게 사고팔 수 있는 편의성이 장점이라 지난해 주식시장 활황을 거치며 관심을 갖게 된 개인 투자자들이 많다”며 “일반 펀드와 달리 짧게 보유하려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어서 시기적으로 가격이 낮을 때 매수해 가격이 오르면 매도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하락장 방어한다는 ‘증시 대피처’ 펀드 외면
수익률이 낮은 주식 ETF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하락장에서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 ‘증시 대피처’로 불리는 펀드들은 오히려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주식, 채권을 포함해 원자재, 부동산, 외화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멀티에셋펀드의 경우 연초 이후 수익률이 -17.19%, 3개월 -0.88%로 주식형·채권형 펀드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좋았지만 설정액은 올해 들어 308억원 줄었다. 수익률이 좋았던 최근 3개월 동안에는 70억원 늘기도 했으나 주식형·채권형에 비하면 적은 수치다.
여러 ETF에 투자해 ‘분산 끝판왕’으로 불리는 EMP(ETF Managed Portfolio)펀드에서도 올해 들어 114억원이 빠져나갔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2.88%로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하락률(-8.7%)을 고려하면 선방했으나 이 기간에만 464억원이 줄었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판단되는 종목을 매수(롱포지션)하고,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매도(숏포지션)해서 손해를 방어하는 롱숏펀드의 경우 3개월 수익률이 0.40%로 플러스였으나 이 기간 설정액은 163억원 줄어들었다.
◇6% 수익 난 농산물펀드 등에선 돈 빠져나가
올해 들어 수익률이 잘 나온 펀드들도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지는 못했다. 농산물펀드, 원자재펀드, 천연자원펀드 등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반사 이익을 얻으며 올해 들어 평균 수익률이 각각 12.09%, 4.17%, 21.16%를 기록했다. 세계 경기가 둔화된 최근 3개월 내에도 각각 6.82%, 3.11%, 5.62%의 수익률을 보였으나 이 기간 펀드 설정액은 96억, 1조2087억, 1조2222억 줄어들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펀드들은 특성상 수익이 나더라도 수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금리가 높아지는 지금 같은 시점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차라리 예·적금을 하겠다’고 돌아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들어 수익이 잘 난 농산물·원자재 펀드의 경우 일부 투자자들이 수익을 얻고 ‘오를 만큼 올랐다’는 판단하에 해지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