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p)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두 달 연속 단행한 이후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아래로 떨어졌다. 하루 만에 17.2원 급락했다. 예상에 부합하는 금리결정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다, 앞으로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2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2원 하락한 1296.1원에 마감했다. 이날 7.3원 내린 1306원에 출발한 환율은 장중 하락폭을 키웠고, 장 마감을 앞두고 1290원대로 미끄러졌다. 환율이 종가 기준 1300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4일 이후 처음이다.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17.2원 하락한 1296.1원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음에도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다시 1290원대로 떨어졌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이날 환율에 영향을 미쳤다. 연준은 26~27일(현지시각) 열린 FOMC 정례회의에서 치솟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다음달 회의에서 추가로 금리를 0.75%p 올릴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경기둔화 흐름 등 향후 정책 여건에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아 0.75%p의 금리 인상이 적절했다”며 “그러나 다음 FOMC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남은 FOMC 회의에서는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다수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연준이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p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면서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34% 하락한 105.965를 기록 중이다. FOMC를 앞두고 107선까지 올랐던 달러 가치가 105선대로 내려온 것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연준의 긴축 속도조절 기대가 불러온 약달러 흐름과 위험회피 심리 축소 분위기에 하락했다”며 “9월 FOMC 관련 구체적인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사전 안내)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롱베팅(달러 매수)은 제한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시장이 FOMC 결과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큰 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달러화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이 많기 때문에 환율도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경기둔화 우려가 커질 경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보통 FOMC 결과가 나오는 날에는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오늘 하루 움직임만으로 환율 흐름을 판단하긴 어렵다”며 “특히 오늘은 달러 하락 분위기에 편승해 전반적으로 시장이 과도하게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예상보다 많이 내리는 하락 장세가 펼쳐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말까지 연준이 금리인상 기조를 지속할 계획인 데다, 향후 경기침체 우려로 안전자산인 달러화 선호 신호가 커지면 원·달러 환율도 1300원을 넘어 최대 135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