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테마파크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 강풍을 동반한 소나기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놀이기구를 타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고 있었다.
기자: 이런 날 대체 왜 왔어요? ‘날씨 눈치게임’ 실패인가요?방문객 윤정훈(21)씨: 서울에서 친구들하고 부산 여행 왔는데 이틀째 코스에요. 비 좀 맞으면 어때요. 거리두기도 풀렸는데.
이곳은 지난 3월 말 롯데그룹이 개장한 ‘신상’ 놀이공원이다. 1989년 문을 연 ‘롯데월드 어드벤처 서울’에 이은 롯데의 두 번째 테마파크다. 부산 롯데월드는 당초 지난해 중순 개장을 목표로 2019년 착공했지만, 코로나로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해외에서 들여오기로 한 놀이기구 설치가 지연됐고, 개장 시점도 두 차례나 연기됐다.
그랬던 부산 롯데월드가 개장과 동시에 반전을 맞이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방문객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테마파크는 대표적인 ‘리오프닝’(경기 재개) 수혜주다. 서울 롯데월드의 방문객 수는 코로나 이전의 80% 수준까지 회복됐고, 개장 100일이 채 안 된 부산 롯데월드 역시 주말마다 긴 줄이 늘어서고 있다. 라인업 취재팀이 방문한 날에는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의 멤버들(정연·지효)도 찾아와 놀이기구를 즐기고 있었다.
‘체류형 체험 소비’의 정점에 있는 놀이공원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가 대체할 수 없는 ‘불가침 영역’. 스마트폰 속 ‘메타버스 테마파크’와는 경험의 차원과 깊이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이에 롯데를 포함, 신세계·CJ 등 국내 유통 대기업들은 테마파크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테마파크 전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오는 14일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처음으로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열기로 했다. 평소 “부산은 롯데의 고향”이라고 강조해 온 신 회장은 이곳에 프리미엄 아울렛, 호텔, 마트, 영화관 등을 잇따라 열며 ‘롯데타운’을 조성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롯데월드는 부산 롯데타운의 핵심이자, 신 회장의 야심작으로 통한다. 놀이공원, 쇼핑몰, 호텔·리조트를 연결하는 복합 유통 모델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테마파크에 진심인 건 신세계도 마찬가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앞서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의 경쟁자는 에버랜드와 야구장”이라며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신세계는 현재 경기 화성에 4조6000억원을 투입해 초대형 테마파크를 짓고 있다. 디즈니월드나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맞먹는 미래형 테마파크를 세우는 게 그룹의 청사진이다. 2026년 1차 개장, 2031년 완전 개장이 목표다.
CJ그룹은 경기 고양에 K팝 기반 테마파크인 ‘라이브시티’를 건립하고 있다. 2024년 문을 여는 6만석 규모 아레나(대규모 공연시설)를 짓는 데 2조원을 쏟아부었다. K팝 공연을 즐기고 나서, ‘오징어게임’ 타운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고, ‘기생충’ 코너에서 반지하 화장실 체험을 한 뒤, K-만두·치킨·비빔밥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는 그림이다.
던컨 와들 전 월트디즈니컴퍼니 혁신 및 창의성 부문 총괄사장은 지난 3월 조선비즈 주최 유통산업포럼에서 “경험은 단순한 상품이나 서비스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며 “과거의 소매 업계에선 접근할 수 없는 수준으로 몰입형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류 시간이 늘어나면, 소비는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놀이와 쇼핑이 결합하면, 브랜드 가치는 극대화된다. 소비자 체험이 선행하면, 유통 비즈니스는 따라오기 마련이다.
◇놀이공원 플렉스(FLEX)
테마파크에 대한 소비자들의 폭발적 관심은 ‘화제성’과 ‘검색어’로 드러난다. 내비게이션 앱 ‘티맵’에 따르면, ‘가정의 달’이었던 지난 5월부터 목적지로 ‘놀이공원’을 검색한 이용자가 코로나 이전보다 오히려 더 크게 늘었다. 전국 주요 놀이공원을 목적지로 설정한 길 안내 건수는 49만7814건으로, 코로나 발생 전이었던 2019년 가정의 달(32만3529건)과 비교해도 54% 많았다. 티맵모빌리티 관계자는 “춘천 레고랜드·부산 롯데월드 개장과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 욕구를 분출하는 ‘보복소비’ 트렌드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유튜브에서는 기계적인 말투로 에버랜드의 인기 놀이기구(아마존 익스프레스) 탑승 안내를 하는 아르바이트생이 이른바 ‘소울리스 좌’라는 별명과 함께 큰 유명세를 탔다. 부산 롯데월드는 햄버거 가게 창문 바로 앞까지 놀이기구 탑승객들이 닿는 영상이 ‘흔한 부산 롯데리아 뷰’라는 이름으로 틱톡에서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해외 상황도 마찬가지. 여행 소비 심리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월트디즈니의 1분기(1~3월) 실적도 치솟았다. 디즈니랜드와 디즈니월드 등 테마파크 방문객들은 코로나 이전보다 평균 40% 넘게 돈을 더 쓰며 스트레스를 푼 것으로 나타났다. 월트디즈니의 올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92억달러, 3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50%씩 증가했다. 이 회사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 매출은 136억2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늘어난 데 비해, 테마파크·상품 분야는 66억5000만달러로 109.6% 급증했다. 미국 내 테마파크 부문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밥 차펙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이용객당 지출이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보다 40% 늘어났다”고 공개했다. 디즈니는 1인당 지출액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방문객 수 회복세와 함께 객실 이용료, 입장권료, 시설 내 식음료와 기념품 매출 등이 고루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STORY 조선일보 한경진 기자
#VIDEO 스튜디오광화문 이예은 PD·김민석 PD
#유튜브 바로가기 [EP.16 부산의 흔한 롯데리아뷰, 놀이기구에서 소리 질러서 햄버거 주문할 수 있을까? (롯데월드판 그것을 알려드림)] https://youtu.be/GCUHhZI9LEA
안녕하세요. ‘세상의 모든 줄서기, 라인업!’입니다. 라인업 취재팀이 이번에는 부산 롯데월드에 다녀왔습니다. 롯데월드판 ‘그것을 알려드림’ 콘셉트로 소셜미디어 계정에 남겨주신 여러 궁금증들을 추려 ‘대리 취재’에 나섰습니다. 놀이기구 대기 예상 시간이 정확한지 팩트체크를 해봤고, 놀이기구 타고 햄버거 주문이 가능한지도 알아봤습니다. 이번 편도 즐겁게 감상해주세요. 구독과 좋아요, 댓글은 라인업 팀에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