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이 오는 5월 공격적인 긴축을 예고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220원을 훌쩍 넘어섰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5월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시사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7원 오른 122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상승세다.
이날 환율은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옹호하는 파월 의장의 매파(hawkish·긴축선호)적 발언에 힘입어 상승했다. 파월 의장은 21일(현지시각) 열린 미국경제연구소(NBER) 연례총회 연설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면서 “향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5%p 인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인플레이션 위험을 과소평가한 점을 시인하면서 “중립이라는 일반적인 조치를 넘어서 더 제약적인(restrictive) 수준까지 긴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제약적인 수준은 중립 금리 이상으로 통화정책을 긴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립 수준의 금리는 성장을 부추기지도, 저해하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로 연준 고위 관계자들은 2.4~2.5%를 중립 금리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가 이보다 높아지면 긴축 수준의 금리가 된다.
파월 의장은 오는 5월 금리인상과 함께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양적긴축(QT·대차대조표 축소)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그는 “자산매입 축소 절차가 다음 FOMC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2.32%까지 치솟았다. 이는 2019년 5월 이후 최고치다. 2년물과 10년물 국채금리 스프레드(차이)는 18bp(1bp=0.01%포인트) 안팎까지 좁혀졌다. 시장에서는 금리 스프레드가 좁혀져 채권 수익률 곡선이 편평해지는 커브 플래트닝(yield curve flattening) 심화를 경기 침체의 전조로 해석한다.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화도 강세를 이어갔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18% 오른 98.68을 기록 중이다.
이밖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상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유럽연합(EU)마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간 점도 환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미국산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12달러, 브렌트유는 배럴당 115달러까지 뛰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금일 환율은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 여파에 원화 약세 압력이 두드러지면서 환율도 1220원대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