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부동산 살리기’ 차원에서 좀처럼 꺼내지 않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라는 강수까지 꺼냈다.

20일 차이신(財新), 증권일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최근 산둥성의 중소 도시인 허쩌(菏澤)시 주요 은행들이 무주택자에게 적용되는 LTV를 80%까지 높였다.

중국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이 원칙적으로 LTV를 70% 이내에서 유지하도록 하되 무주택자 등에 한정해 최대 80%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

중국 부동산 기업 헝다 그룹이 하이난성 단저우의 인공섬 하이화다오(海花島)에 지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2019년 11월 19일 촬영한 사진. /AP, 차이나토픽스=연합뉴스

그런데 중국이 2020년 하반기부터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을 펴기 시작한 이래 시중은행이 LTV를 80%까지 높여 적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중국에서는 허쩌씨의 LTV 상향 조정 사례가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이어 충칭직할시, 장시성 간저우(竷州)의 은행들도 LTV를 최대 80%까지 올리면서 중국에서는 금융 당국이 주택 수요 회복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부동산 시장 위축이 특히 심한 지역을 중심으로 LTV 인하를 허용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 대부분 국가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LTV 조절은 부동산 수요를 조절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다. 최근까지 중국 대부분 지역에서 LTV는 70% 이하가 보편적이었고 베이징, 상하이 등 수요가 상대적으로 강한 초대형 도시의 경우 65% 이하도 많았다.

중국이 이처럼 강력한 수요 조절 수단인 LTV 상향이라는 카드까지 꺼낸 것은 작년 말부터 경기 급랭에 대처하고자 부동산 규제를 일부 완화하고 시중 유동성 공급을 확대해도 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산업의 심각한 위기가 중국의 경기 급랭 사태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자 당국은 작년 말부터 ‘부동산 산업의 건강한 발전’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등 부동산 시장에 어느 정도 온기를 불어넣으려고 노력 중이다.

우선 중국은 작년 12월부터 기준금리 성격의 대출우대금리(LPR)와 지준율을 잇따라 내렸는데 특히 지난 1월에는 5년 만기 LPR가 0.05%포인트 내리면서 이에 연동되는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그만큼 내렸다.

또 중국 당국은 그간 강력히 유지해온 대출 총량규제를 완화, 주택 수요자와 부동산 개발 업체의 사업 자금을 적극적으로 대출해주라고 금융권에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이처럼 중앙과 각 지방정부 차원에서 작년 말 이후 크고 작은 수십 개의 부양성 정책이 쏟아져나왔지만 중국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날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부동산 정보 업체 커얼루이(克而瑞)부동산연구센터의꺼내 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 29개 중점 도시의 주택 거래 면적은 작년 동기와 전월 대비 각각 46%, 37%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