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점이 생기면 참지 못하고 해결해야 하는 영지 기자가 직접 물어봤습니다.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직업인 동영상 인터뷰 시리즈 ‘꼬집기’를 게재합니다. 꼬집기(記) 2화에선 ‘자버’의 이동욱 대표를 만났습니다. 영상을 통해 확인하시고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영지 기자는 백수보단 나을 것 같아 프리랜서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결혼식 사회를 보고 안전공단 캠페인 영상에 출연하기도 했죠. 이제 와 돌이켜 보면 좋은 일감과 나쁜 일감은 계약서 한 장으로 갈렸던 것 같습니다. 근로계약서 써야 한다는 건 아는데 ‘을’ 입장에서 작성을 요구하기란 쉽지 않죠. 전자계약이라면 어떨까요? ‘갑’도 ‘을’도 과연 만족할 수 있을까요?

전자계약 스타트업 자버의 이동욱 대표와 계약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봤습니다.

◇중소기업 이직 후 아차 싶었던 삼성맨의 반전

이동욱 자버 대표. /더비비드

자버는 인사 관련 계약서, 동의서, 증명서 등 모든 문서를 전자로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은행 홈페이지에 접속해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것처럼, 자버 플랫폼에서 각종 전자문서를 관리하고 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

자버를 개발한 이동욱 대표는 2001년 서울시립대학교 산업디자인과에 입학해 철학을 복수 전공했습니다. ‘철학을 공부한 디자이너’는 큰 가능성을 인정받았습니다. 2010년 삼성전자 IT 솔루션 사업부의 UX팀 디자이너로 입사한거죠. 삼성이 디자이너 중에서 인문학적인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인재를 찾던 시기였습니다. 모바일 클라우드 프린팅 사업부에서 기획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지인으로부터 ‘사업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아 2015년 4월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합류했습니다. 1년쯤 다니다 2016년 10월 선배가 하는 IT 커머스 스타트업의 기획팀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막상 입사해보니 본업인 웹 페이지 운영 및 기획 업무가 아니라 ‘인사 업무’에 적잖은 시간을 쏟아야 했다는군요.

“투자 받으러 다니느라 바쁜 대표님 대신 제가 안살림을 맡았습니다. 15~20명 규모의 회사였는데 인사관리 시스템이 전무했어요. 근로계약서 써 달라, 재직증명서 떼 달라 문의가 들어올 때마다 포털을 검색해서 주먹구구식으로 해결했어요. 저 스스로도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고요. 팀원들의 연차 소진 상황도 알 수 없었습니다.”

자버의 인사 관리 화면 예시 /자버

편하게 일을 처리하고 싶어 인사관리 솔루션 시장을 조사했지만 쓸 만한 시스템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기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커머스 회사를 관두고 2017년 4월 인사관리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 ‘자버’를 설립했습니다. 편한 인사관리를 넘어서서 회사에서 쓰이는 모든 문서를 전자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보겠다는 포부로 뛰어들었죠.”

자버는 2017년 10월 인사 담당자들이 가장 귀찮아 하는 근로계약서 전자서명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연차관리, 급여 관리, 인건비 지원사업 관리, 채용 페이지 개설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했습니다. “2022년 현재 당근마켓, 브랜디, KB국민은행 등 여러 기업에서 자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자문서 분야로 확장하면서부터 벤츠 코리아 등 외국계 회사도 자버를 찾고 있죠.”

◇계약, 법대로 하는 게 쉽지 않은 이유

아나운서 지망생 시절 프리랜서로 일했던 경험을 떠올리는 영지기자. / 꼬집기 2화 '자버편' 캡처

근로계약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영지 기자 본인 사례를 들어 보고, 알바생 그리고 스타트업 인사담당자를 차례로 만나봤습니다.

첫 번째 인물은 영지 기자 본인입니다. 아나운서 지망생 시절 프리랜서로 일했던 경험에 대해 물었는데요. 돌아온 답변에 눈쌀이 찌푸려졌습니다.

“제주도에서 광고 촬영을 한 적이 있는데요. 건강한 여성의 모습을 담겠다는 말만 듣고 따라갔는데 비키니를 입으라는 거예요. 계약서요? 당연히 안 썼죠. 촬영이 끝날 때까지 출연료가 얼마인지조차 몰랐습니다.”

아르바이트 7년 차 배모 씨는 1년 넘게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 꼬집기 2화 '자버편' 캡처

알바 7년 차 배모 씨는 어떨까요?

“식당에서 주방 보조로 일하고 있습니다. 일한 지 1년이 넘었는데 아직 계약서는 쓰지 않았어요. 주휴수당을 못 받고 있다거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점을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는 건 알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아요.”

스타트업 인사담당자 김모 씨. / 꼬집기 2화 '자버편' 캡처

계약서를 많이 접할 것 같은 스타트업 인사담당자 김모 씨도 만나봤습니다.

“마케터로 입사해서 인사·총무·회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인사업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많이 힘들었어요. 그동안 급여명세서를 요청한 직원에게만 보내줬는데 2021년 11월부터는 법적으로 의무화됐더라고요. 이걸 알려준 건 전자계약 서비스 업체의 영업 메일이었습니다. 영업 메일로 배울 만큼 정보를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요.”

◇주목받는 자동 전자계약서 시스템

자버 이동욱 대표는 전자계약의 필요성을 더욱더 강조했다. / 꼬집기 2화 '자버편' 캡처

앞서 살펴본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은 자버 이동욱 대표는 전자계약의 필요성을 더욱더 강조했습니다. “사업주가 계약서 쓰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귀찮음’입니다. 계약서 양식을 구하는 것부터 작성한 계약서를 관리하는 것까지 손이 많이 가죠. 전자계약으로 하면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양식을 내려받아 상대방과 공유하고 서명할 수 있습니다.”

전자로 관리하는 계약서가 과연 안전할까. “자버 서버에 올라온 전자문서가 유출될 확률은 0%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은행원이 개인 계좌를 들여다볼 수 없듯 자버 직원도 개별 고객사의 정보를 열람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지류 계약서가 훨씬 위험하죠. 여러 장으로 이루어진 계약서의 중간 부분 한 장 사라져도 아무도 몰라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스타트업 인사담당자로 소개된 김모 씨의 영상을 보며 이 대표는 추억에 빠져들었습니다. “마치 5년 전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들어간 스타트업에서 본업이 아닌 인사업무를 맡으면서 많이 고전했습니다. 저조차도 근로계약서를 쓰지 못했는데 20명이나 되는 직원의 근로계약서, 재직증명서를 관리하려니 너무 막막했죠. 그 일이 계기가 돼 자버를 창업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전자계약 서비스를 하는 곳이 자버만 있는 것은 아닌데요. 자버에서만 할 수 있는 기능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데이터와 연동된 문서를 만든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다른 전자계약 서비스에선 작성된 문서를 캡처 사진 파일로 관리한다면, 자버는 데이터가 살아있는 PDF 파일로 관리한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검색이 잘 되고 업무 효율도 높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