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시장에 불고 있는 찬바람이 오피스텔 시장으로까지 옮겨갔다. 수도권 지역에서도 실거래 가격이 하락하고, 이른바 ‘마이너스 프리미엄(분양가보다 싸게 전매하는 것)’이 붙은 매물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하남시 ‘위례지웰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4억~15억원 대에서 매매됐지만 최근 호가가 13억원까지 하락했다. 전용 84.61㎡의 경우 작년 8월 15억2000만원(17층)에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경신한 후 지난달 14억5000만원(25층)까지 실거래가가 떨어졌다.
작년 10월 11억원에 거래됐던 경기 화성시 ‘동탄린스트라우스더레이크’ 전용 84㎡는 최근 호가가 9억7000만원까지 하락했다. 다른 매물도 대부분 직전 실거래가보다 1억원 떨어진 10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무프리미엄(분양받은 가격대로 전매하는 것)’은 물론 ‘마이너스 프리미엄’까지 등장했다. 인천 서구 ‘청라리베라움더레이크플러스’는 최근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1500만원인 매물이 시장에 나왔다. 인근 ‘루원시티 1차 SK리더스뷰’ 오피스텔 분양권도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최대 2000만원까지 형성돼 있다.
경기 안산시 ‘힐스테이트 안산중앙역’의 경우, 지난 13일 기준 네이버 부동산에 52개의 분양권 매물이 등록돼 있는데 이 중 절반인 25개가 마이너스 프리미엄·무프리미엄 물건이다. 분양가보다 낮은 물건의 경우,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최대 500만원까지 형성돼 있다. 나머지 27개 매물도 대부분 프리미엄이 100만~500만원에 불과하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힐스테이트 안산중앙역의 경우 7차례에 나눠 중도금을 납부하는데, 무이자 대출이 가능한 차수가 끝나고 현금 완납을 해야하는 시기가 돌아오자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대출규제에 대한 우려 등으로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에 관심 갖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오피스텔 광풍이 불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오피스텔 가격은 9.86% 오르며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경기와 인천의 오피스텔 매매가격도 지난해 각각 19.75%, 23.43% 오르며 나란히 연간 상승률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분양 시장에서도 억대 웃돈까지 얹어지며 부르는 게 ‘값’이었다.
실제 경기 과천시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의 경우 분양 당시 전용 84㎡의 경우 프리미엄만 1억원 가까이 붙었지만, 현재는 4000만원 대까지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은 작년 11월 분양 당시 평균 경쟁률이 1398대 1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불과 2개월도 채 되지 않아 인기가 식은 것이다.
지방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특히 집값 하락세가 뚜렷한 대구와 세종에서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된 오피스텔 분양권 매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구 중구 ‘대구역 한라하우젠트센트로’ 전용 59㎡(-500만 원), 세종시 ‘리첸시아 파밀리에H3블록’ 전용 23㎡(-500만 원), 부산 수영구 ‘광안 KCC 스위첸하버뷰’ 전용 28㎡(-5000만원) 등이다.
전문가들은 오피스텔의 ‘찬밥 신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가격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형성된 상황에서, 아파트가 조정받기 시작하면 오피스텔의 조정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오피스텔은 크게 임대용인 투자형과 실거주형으로 나뉘는데, 투자형 오피스텔의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매매시장에서 주력 상품인 아파트의 가격 상승장이 꺾이고 있는 탓에 아파트 대체재인 오피스텔 시장이 급랭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특히 ‘영끌’, ‘빚투’ 등으로 오피스텔 시장을 이끌었던 젊은층들이 금리가 인상되자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투자용 오피스텔에 대한 인기가 급격히 식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