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아이디어가 발상의 전환이나 우연에서 시작되지만,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려면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은 엄두 내기 어려운데요.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견본이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중소기업 쿠키아는 두부로 ‘뚜부과자’를 만든다. 100% 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만 쓴다. 쿠키아 김명신(61) 대표는 20여 년을 전업주부로 살다, 40대 후반에 들어서 창업에 도전했다.
첫 창업한 회사가 3년 만에 문을 닫는 아픔을 겪고, 늦깎이 대학생을 거쳐 재도전 창업에 성공했다. 5년 전 쿠키아를 세워 작년 24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미국 아마존 입점까지 성공했다. 쿠키아 김명신(61) 대표의 창업노트를 엿봤다.
◇선생님에서 대표님으로
김 대표는 국내산 콩만 쓴 두부로 ‘뚜부과자’를 개발했다. 지역 농가 특산품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옥수수를 이용한 옥뚜카지, 갓을 활용한 ‘갓 뚜부과자’, 제주산 톳을 넣은 ‘톳두부스낵’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기름에 튀긴 것을 오븐에 한 번 더 구워서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건강한 간식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온라인몰(https://bit.ly/3qNGCsy)에서 한정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1982년 송원대학교 보육학과를 졸업했다. 유치원 선생님으로 6년간 일하다 결혼을 하고 전업주부가 됐다. 아이를 키우며 학교 환경 정화 요원으로 활동하면서 다시 사회생활을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46살이 되던 2007년 아동 요리 지도자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을 창업했다. 하지만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마음이 너무 앞섰던 것 같아요. 요리에 자신 있었고 교원자격증도 있었습니다. 여수시 평생학습 프로그램에서 예비사회적기업 교육까지 수료했지만 사업을 꾸려나가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죠.”
자신이 있던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2009년 초당대학교 조리과학부에 들어갔다. 2011년 1월 지역의 경력단절 여성, 다문화 이주 여성들과 함께 ‘잉글리시 쿠킹 키즈’라는 요리 체험 학습 프로그램을 열었다. 요리를 주제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필리핀 이주여성에게 한국어와 한국요리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2013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기쁨도 잠시, 2015년 어려움이 닥쳤다. “당시 세월호와 메르스 바이러스 유행으로 7개월 동안 학교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감염병은 사회적 재난이란 걸 이때 배웠죠. 이러다 직원들까지 다 거리로 나앉겠다 싶었어요. 다른 사업모델을 구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뚜부과자 개발 노트
요리 체험 학습 프로그램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두부과자’를 제품화하기로 했다.
1. 수제공장 실험실에서 사업성 확인(2015년 10월 ~)
이름부터 지었다. ‘쿠키아’라는 사명은 ‘쿠키(cookie)’에 A를 더한 이름이다. “A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 번째 알파벳이면서 점수를 매길 때 최고점을 뜻하기도 하고, 한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죠. 쿠키를 만드는 회사로서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스럽게 전달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66㎡(20평)짜리 수제공장에서 두부과자를 만들었다. 소규모 시험 생산과 판매를 통해 소비자 성향 파악부터 하기로 했다. “한 봉지 150g씩 담아 2500원에 팔았는데요. 열에 아홉은 다시 사고 싶다고 찾아오더군요. 두부과자의 사업성을 확인한 것이죠.”
2. 10억원 주고 사느니 2억원 들여 만들자(2016년 1월~)
뚜부과자를 기름에 튀겼더니 몇 가지 문제점이 생겼다. 만든 지 한 달도 안됐는데 상한 맛이 난다는 컴플레인이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과자와 공기가 만나 산패되는 것이 문제였다. 과자 봉지를 뜯었을 때 봉지 아랫면에 기름이 고여 있는 문제도 생겼다.
제조법을 바꿔야 했다. 과자를 기름에 튀긴 다음 제과제빵용 오븐에 구워봤더니 풍미가 좋아지고 기름기가 사라지는 것을 알게 됐다. 대량 생산을 위한 설비를 구축하기로 했다.
“꼬박 3개월 동안 오븐 설비 업체를 찾아다녔습니다. 우리 생산 규모에 맞는 오븐은 일본의 한 업체만 제작하고 있었고 수입해 오는 데 10억원이 든다고 하더군요. 차라리 국내 오븐 제작 업체에 개발을 의뢰하기로 했습니다. 2억원에 원적외선 오븐을 만들어냈죠. 그렇게 유탕 처리와 오븐에 굽는 공정을 모두 거친 최초의 두부과자를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3. 교육업과 제조업의 차이(2016년 3월~)
2016년 3월 쿠키아 공장 준공식을 했다. 두부과자라는 아이템으로 사업계획서를 써서 기술보증기금에서 10억원을 빌렸다. 집 담보 대출 4억원까지 더해 몽땅 설비에 투자했다. 뚜부과자 반죽을 모양에 맞게 자르고 기름에 튀긴 뒤 원적외선 오븐에 구워 완성하는 단계로 만들었다.
“이 모든 작업을 위생복, 장갑, 모자,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들이 담당합니다. 특히 포장 직전 단계의 작업공간은 에어샤워로 몸에 붙은 먼지를 모두 제거한 후에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2016년 5월 해썹(HACCP) 인증을 받았고 뒤이어 국제안전품질식품(SQF)인증까지 받았습니다.”
문제는 균일하지 않은 과자 맛에서 발생했다. 최신 기계 설비를 들여놓았는데도 제품을 완벽하게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소량으로 만들던 레시피를 그대로 대량 생산 시스템에 적용했던 게 문제였습니다. 분명 같은 공정을 거쳐서 만든 것인데도 오전에 만든 과자와 오후에 만든 과자의 맛이 다르더군요. 기름, 반죽, 기계 등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조차 알기 어려웠습니다. 잘못 만들어진 과자는 폐기 처분해 닭이나 돼지를 키우는 농가에 기부했는데 그 양이 1억원에 달했죠.”
4. 좋은 멘토 아래 좋은 멘티 있다(2016년 7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간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멘토를 만났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여러 대기업 관계자들에게 두부과자의 사업성과 쿠키아가 직면한 어려움을 설명했다.
스마트팩토리 사업 지원을 받게 됐다. 오븐에 반죽을 정량으로 투입하는 자동제어 시스템과 온도·속도 디지털화 공정 기술을 전수받았다.
ERP(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와 MES(제조실행시스템)도 지원받았다. 제조 환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제어하고, 작업 내역을 추적해 불량률을 관리할 수 있는 현장 시스템이다. 대부분 생산 과정을 자동화하면서 불량률을 18%에서 3~4%로 크게 낮췄다.
튀긴 것을 다시 구워 특유의 고소한 맛도 완성됐다. 한 봉지 당 273kcal로 일반 과자에 비해 칼로리도 낮은 편이다.
5. 발로 뛰는 마케팅(2016년 12월~)
발로 뛰어 과자를 알렸다. “뚜부과자의 품질에 자신이 있었고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에 얼굴에 철판 한 겹 씌우는 건 일도 아니었어요. 트럭이나 승합차에 뚜부과자를 싣고 2년 동안 15만7000㎞를 달렸습니다. 전국에 있는 백화점, 대형마트의 문을 두드렸죠. 백화점에서 두건을 쓰고 8시간씩 서서 뚜부과자를 나눠드렸습니다.”
2017년 3월 기회가 찾아왔다. 사회적기업을 위한 기부 형식으로 TV홈쇼핑에 1회 편성됐는데 고객들의 구입 문의가 이어진 것이다. “한 번 드셔본 고객분들이 다시 구입하고 싶다는 요청을 했다더군요. 맛을 인정받으면서 대기업 계열 대형마트에도 입점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온라인몰(https://bit.ly/3qNGCsy)에서 한정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6. 제조 방법 특허 등록(2018년 8월~)
오리지널 뚜부과자에 지역 농산물을 배합하는 방식으로 제품군을 다양화했다. 영농조합과 협업해 개발한 오곡 뚜부과자, 제주산 톳을 넣은 톳 뚜부과자, 옥수수를 주원료로 만든 옥뚜카지를 순서대로 출시했다.
“뚜부과자에 들어가는 콩, 옥수수, 흑미, 현미, 톳 등은 지역 농가들과 계약재배를 통해 조달합니다. 국산 농산물이 해외에서 들여오는 값싼 유전자 변형(GMO) 원료보다 비싼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물류비 절감, 농가소득 창출 등의 이점이 있죠. 무엇보다 건강한 과자를 먹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관통할 수 있습니다.”
오곡으로 과자를 만드는 방법과 원적외선을 이용한 두부과자 제조 방법 등 2건을 특허 등록했다. “두부과자는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 과자로 취급돼 특허를 등록할 수 없었습니다. 10번 넘게 특허 신청을 했다가 제조 방법으로 바꿔 특허를 신청하고 등록증을 받을 수 있었죠.”
7. 자부심이 힘이다!
쿠키아는 2016년 매출액 3억5000만원에서 2021년 24억원으로 성장했다. 미국, 일본에 이어 작년부터 중국, 호주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2021년 10월에는 미국 아마존에도 입점했다. “지금 공장에서 최대로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은 하루 1만개, 1년에 30억원 어치인데요. 올해 그 양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돼 4배 규모의 제2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3월 준공 예정이죠.”
이미 환갑을 지나왔지만 과거 경험이나 연륜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요즘도 직원들이 바쁘면 제가 직접 운전해서 뚜부과자를 배달합니다. 대표도 직원 중 한 사람이니까요. 더 효율적인 작업 방식이 있으면 언제라도 바꿀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이 있었기 때문에 실패해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직원 25명 중 결혼이주여성이 5명이다. 2015년부터 매년 보육원, 노인복지관, 주민센터 등에 기부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이 요즘 유행이라고 하더군요. 뚜부과자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많이 둘러보려고 노력합니다. 앞으로 지역 농가, 다문화가정 등 사회 전체가 다 같이 상생하는 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요.”
김명신 쿠키아 대표 주요 경력
-1961년생, 1982년 광주 송원대학교 보육학과 졸업
-2011년 1월 ‘쿠킹 아카데미 주식회사’ 설립
-2013년 초당대학교 조리과학부 졸업
-2013년 사회적 기업 인증 취득
-2015년 10월 ‘뚜부과자’ 개발 시작
-2016년 3월 ‘쿠키아’ 설립
-2016년 5월 해썹 인증
-2017년 3월 뚜부과자 홈쇼핑 첫 방송
-2018년 8월 제조 방법 특허 등록
-2016년 매출액 3억5000만원에서 2021년 24억원으로 성장
-2021년 10월 미국 아마존 입점
·직원 수 : 25명
·개발비용 14억원
·개발기간 : 2015년 10월~2016년 4월 (6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