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왕십리점에서 한 고객이 까망 애플 수박을 살펴보고 있다. /이마트 제공

이마트가 ‘클로렐라 농법’을 활용해 소형 수박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마트가 5~6월 실적을 분석해보니 수박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5~6월은 평년보다 비가 잦았고 기온도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에 유통업계 내에서 수박이 잘 판매될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런 우려를 불식시킨 것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까망 애플 수박’의 약진이다. 이 기간 까망 애플 수박 판매는 작년보다 4.5배 급증하면서 수박 매출 증가 1등 공신이었다. 까망 애플수박은 ‘세자’ 품종 수박으로 2015년 국내에 도입해 지금까지 재배 테스트를 지속해 오고 있다. 다른 소형 수박보다 당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씨가 작아 먹기 좋고 아삭한 식감을 자랑한다. 아울러 3kg 미만 작은 사이즈 덕에 1~2인 가구도 부담 없이 맛볼 수 있다.

이마트는 2020년 대형마트 업계 최초로 까망 애플수박 판매에 나섰다. 첫해에만 6만통 이상 판매했다. 올해는 판매 물량을 25만 통으로 대폭 늘렸다. 지금까지 10만통가량 팔아 작년 한 해 판매량을 뛰어넘었다.

이마트 월계점에 진열된 까망 애플 수박
충남 부여에 위치한 까망 애플 수박 농장에서 농민 강복현(64)씨가 하우스를 둘러보며 수박의 생육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까망 애플 수박이 인기를 끄는 것은 단순히 신품종이라서 만은 아니다. 인구구조 변화로 1~2인 가구가 늘며 소형 수박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가족 구성원이 3~4명인 경우가 많아 8~10kg 내외의 대형 수박이 인기였다. 하지만 2020년 말 기준 1인 가구 수가 처음 900만 가구를 넘어서고,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2.6%를 차지할 정도로 1~2인 가구가 보편화하면서 중소형 수박 인기가 높아졌다. 실제로 이마트 수박 매출에서 5kg 미만 수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4%에서 2020년 15% 내외로 급증했다. 또 농업전망 2021 자료에 의하면 애플수박 등을 포함한 ‘기타 수박’의 서울가락도매시장 반입량은 2014년 50톤에서 최근 300톤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이마트는 지난 4~5년간 ‘블랙망고수박’, ‘애플수박’ 등 여러 종류의 소형 수박 품종을 선보였다. 다만 기존 소형 수박은 당도나 경도가 일반 수박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까망 애플수박은 ‘클로렐라 농법’으로 차별화해 인기를 끌었다. 클로렐라 농법이란 작물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클로렐라를 살포하거나 흡수시키는 농법을 말한다. 클로렐라는 식물성 플랑크톤 혹은 미세조류의 일종으로 알려진 미생물로 광합성을 하는 담수 녹조류를 말한다. 직경 2~10㎛의 크기를 지니고 있으며 이산화탄소·물·빛 등만 있으면 무한적으로 번식할 수 있다. 클로렐라 세포 내에는 단백질·미네랄·엽록소·비타민 등 각종 영양소가 균형 있게 함유돼 있어 기능성 식품 소재로 널리 알려졌다. 일반 농업 미생물의 배양방법과 달리 누구나 쉽게 배양해 활용할 수 있다. 작물 생육시기나 수확시기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충남 논산에 위치한 모두유통㈜농업회사법인에서 나필호 이사가 클로렐라 배양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클로렐라의 농업적 가치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보리·밀·멜론·참외·오이 등 8개 종자에 클로렐라 처리를 해 본 결과 발아율이 11.1~10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상추(32%), 배추(32%), 무(58%) 등 엽채류 생육 촉진 효과도 있었다. 딸기의 경우 클로렐라 처리를 통해 흰가루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고, 저장기간도 늘어나고 당도도 1브릭(Brix)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마트에 까망 애플수박을 납품하는 농업법인 모두유통은 국내 농업법인 중에서도 드물게 농촌진흥청과 손잡고 지난해 6월 클로렐라 배양기를 설치했다. 수박과 딸기를 주력 품목으로 삼는 모두유통은 2019년을 전후로 까망 애플수박 테스트 재배에 나섰으며, 작년부터 클로렐라 농법을 접목시켜 효과를 확인했다. 모두유통의 충남 논산 채운면 사업장에는 49.6 ㎡(15평)으로 조성된 부지에 총 4기, 600L 규모의 배양기가 설치돼 있다. 모두유통에서는 10여일간 배양한 클로렐라 배양액을 250배, 혹은 500배로 희석해 주 1회 수박 이파리에 살포하거나 직접 주입한다. 이렇게 생산된 까망 애플수박은 기존 소형 수박이 지녔던 문제점들을 개선해 당도와 경도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상훈 이마트 수박 바이어는 “그동안 소형 수박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어온 끝에 클로렐라 농법과 까망 애플수박의 접목을 통해 상품성이 우수한 소형 수박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선제적으로 제안할 수 있도록 수박의 품질·품종 개선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