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전 6시, 통영 앞바다의 한 양식장. 어선에서 내린 어민들이 양식장에서 쥐치 같은 생선과 멍게, 어패류를 잡아올리고 있었다. 팔딱 거리는 생선들이 어선에 있는 물탱크로 옮겨졌다. 바다에서 갓 꺼내올린 생선과 어패류는 곧바로 온라인 수산물 업체 얌테이블의 센터로 옮겨져 포장됐다. 얌테이블 직원들은 고객들의 배송 주문 내역이 담긴 송장을 수산물 포장 박스에 부착했다. 이날 오전 바다에서 건져올린 수산물은 냉장 트럭에 담겨 서울까지 내달린 뒤, 다음날 새벽 고객들의 문 앞에 배송됐다. 이날 배송된 수산물은 롯데의 이커머스 통합 플랫폼 롯데온이 이달 10일 시작한 수산물 산지 새벽배송 서비스를 통해 주문된 것. 산지에서 고객 집 앞까지 배송되는데 14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당일배송·익일배송 등 빠른 배송으로 경쟁하던 이커머스 업체들이 이번에는 ‘초(超) 신선’을 내세운 산지배송으로 맞붙고 있다. ‘신선식품’은 아직까지 온라인 거래 비중이 낮아 블루오션(Blue ocean·경쟁이 덜한 유망 시장)으로 꼽힌다. 패션 의류·전자기기 같은 상품은 도심이나 근교 지역 물류센터에 쌓아놓고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배송할 수 있지만 신선식품은 장기간 보관이 어려울 뿐 아니라 배송 과정에서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농수산물 시장이나 가공업체에서 야채·과일·회 등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시작하더니, ‘초신선’을 내세우는 산지 직배송으로까지 진화했다.
롯데온, 수산물 내세워 신선식품 시장 겨냥
신선식품의 온라인 거래 비중은 20% 수준으로 전체 소매시장 온라인 거래비중(40%대)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 중에서도 수산물은 온라인 거래비중이 11% 수준으로 신선식품 중에서도 온라인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롯데온은 아직 온라인 거래비중이 낮고, 전년도(3.9%)에 비해 큰 폭으로 신장한 수산물부터 공략해 신선식품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온은 얌테이블·은하수산 등 산지 수산물을 확보하고 있는 업체들과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와 손잡고 ‘산지 수산물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일 오후 5시까지 온라인으로 주문 받은 수산물을 오후 7시, 산지에서 직배송한다. 산지 배송 업체들 대부분이 일반 택배를 이용해 영업일 기준 이틀째에 배송해주는 것과 달리, 메쉬코리아의 콜드체인(냉장 유통)으로 밤 사이 배달을 완료해 배송 시간을 14시간 이하로 대폭 줄였다.
임현동 롯데온 상무는 “코로나 이후 롯데온에서 수산물 상품 비중을 기존 12%에서 현재 23%까지 늘렸고, 수산물 온라인 배송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수산물은 배송 과정이 길어질수록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새벽배송을 통해 바다에서 고객 집 앞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수산물 온라인 배송이 활발해지면 코로나 이후 수출 물량이 줄어 고심하던 어민들의 판로 개척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로 해외 통관이 어려워지면서 작년 수산물 수출액은 전년보다 7.4% 감소했다. 해양수산부는 수산물 온라인 판매를 늘리기 위해 어민 교육·판로 개척 등을 지원하고 있다. 주상현 얌테이블 대표는 “매일 아침 어민·어선 등 200여 군데에서 수산물을 받아 생물 그대로 배송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라며 “롯데온을 시작으로 11 번가 등 이커머스 업체들에 입점해 산지 새벽배송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 새벽에 딴 딸기, 그제 도축한 돼지 팔아요
정육·채소 등에서는 이미 ‘초신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제일 먼저 초신선 경쟁을 시작한건 ‘육류’이다. 축산 유통 플랫폼 정육각은 ‘고기는 신선할수록 맛있다’는 컨셉으로 도축된지 5일 이내의 돼지 고기를 판매해 연 매출 200억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일반적으로 7일에서 최대 45일까지 걸리는 고기 유통 구조를 단축시킨 것이다. 금천미트도 도축된지 3~5일 이내의 고기를 새벽 직배송해주는 ‘더 신선정육’을 운영 중이다. 도축 4일 이내에 배송하는 ‘무항생제 돼지고기’를 판매하던 올가홀푸드는 수확한지 1일 내에 고객에게 배송해주는 ‘갓 수확한 과일’, 착유 후 1일만에 배송되는 ‘갓 짜낸 참기름’ 등으로 품목을 확대했다.
회나 수산물 전문 이커머스 업체들도 세를 키우고 있다. 산지 어민들에게 수산물을 직접 공급받아 익일배송을 해주는 것으로 작년 매출 460억원을 기록한 얌테이블은 올해 새벽 배송을 확대하며 연 매출 800억원대를 예상하고 있다. 수산물 시세를 제공하던 인어교주해적단은 올해 수산물 직거래 이커머스 쇼핑몰을 출시하고, 산지 수산물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새벽 경매에서 구입한 수산물을 당일 저녁 배송해주는 ‘오늘회’도 당일 생산, 당일 판매 원칙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에 대응해야하는 대형마트들도 초신선 제품을 늘리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2월, 새벽 3시에 딴 딸기를 12시간 뒤인 오후 3시에 판매하기 시작하는 ‘새벽 딸기’ 상품을 내놓았고, 상추, 시금치, 모둠쌈 등도 새벽에 수확해 당일 판매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는 도축된지 3일 내에 판매하는 ‘3일 돼지’와 당일 낳은 계란을 당일 판매하는 ‘초신선 계란’도 내놓았다. 이마트도 ‘새벽에 수확한 딸기’ ‘어제 낳아 오늘만 파는 계란’과 함께 보통 생산 후 1~2주 후 입점되는 김을 생산 후 이틀만에 진열해 4주만 팔고 폐기하는 ‘화요일 곱창김’을 판다. 홈플러스는 밤에 잡은 꽃게를 산지에서 직배송해 당일 오후에 매장에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