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으로 인해 내년 대선에서 주택문제가 쟁점화될 전망이다. 여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이미 경기도 기본주택을 통해 반값아파트를 공약하는 등 주택 문제 이슈 선점에 나섰다. 기본주택은 장기임대주택과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두 종류이다. 장기임대는 소득에 상관없이 무주택자는 30년간 임대가 가능한 주택이며,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토지를 공공이 소유해 가격을 낮추는 이른바 ‘반값아파트’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토지분리형 분양주택 공급촉진 특별법(분양형)’ 등 관련 4개의 관련 법안을 제출한 상태이다. 대선 후보 경쟁이 본격화되면 이 지사가 점화시킨 ‘반값아파트’ 공약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분양가를 파격적으로 낮추는 ‘반값아파트’인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홍준표 의원이 2006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준비하면서 공약했던 정책이다. 관련 입법에는 실패했지만,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노무현 정부는 군포에서 시범 분양했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서초와 강남에서 분양했다. 토지임대부 분양 주택은 전 세계적으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주목받는 싱가포르의 토지임대부 주택이 모델이다.
◇이재명 반값 아파트는 시세차익 차단, 싱가포르 토지임대부 주택은 시세차익 매매허용
조선일보와 종합 부동산 미디어플랫폼 ‘땅집고’가 만드는 부동산 토크쇼 ‘봉 다방’은 27일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주택정책인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원형인 싱가포르 주택정책의 한국 도입 가능성을 분석했다. 싱가포르는 1960년대부터 토지임대부 주택을 도입, 국민의 80%가 거주하고 있고 자가보유율이 90%가 넘는다. 싱가포르의 토지임대부 주택은 입주후 의무거주기간 5년이 지나면 재판매시장에 시세 차익을 남기고 팔 수 있고 분양가에 토지임대료가 포함돼 있어 사실상 자가의 개념이다.
싱가포르 주택모델을 도입한 리관유 초대 총리는 주택정책의 목표를 자가 보유라고 선언했었다. 도심은 시세의 70%, 외곽은 시세의 50%에 분양한다. 싱가포르 모델이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은 국민 연금과 주택구입 자금의 결합이다. 주택구매 자금을 국민연금에서 저리로 융자받을 수 있어 젊은 층도 돈 걱정 없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이재명 지사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공공에 환매, 사회에 시세차익을 환원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가라기보다는 임대에 가깝다는 점이 한계이다.
◇분양가 상한제로 저렴한 아파트 공급, 하지만 가점제로 세대갈등 폭발
한국은 토지임대부주택은 아니지만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이미 시세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분양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민간분양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2637만원으로, 매매가 3788만원의 70% 수준이다.
강남 등 일부 지역은 시세와 분양가와 차이가 10억원 이상 나 당첨되면 ‘로또’의 행운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청약가점제가 적용되는 85㎡ 이하 중소형 평형은 가점이 낮은 젊은 층은 당첨확률이 거의 없고 추첨제로 뽑는 중대형 평형은 대출규제가 강해 ‘현금 부자’만 청약이 가능하다. 당첨의 행운을 누리는 현금부자들에게는 로또 천국이지만, 자금 여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소외감만 준다는 비판도 받는다.
정부가 3기 신도시를 통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 공급을 늘리기로 한 만큼, 관련 제도의 정비는 불가피하다. 세대갈등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는 가점제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일정 정도 제도 변경이 불가피하다. 시세차익이 지나치게 많은 일부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채권입찰제 등을 통한 시세차익환수론도 제기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정부가 자금 지원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철저하게 가격을 통제하지만, 10%의 민간 고가 주택은 시장 자율에 맡기고 있다. 우리도 민간 고가 시장과 서민주택을 구분해서 정책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고가주택시장까지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 주택 정책의 일관성도 필수적이다. 정권에 따라, 시장 상황에 따라 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것도 문제이다. 정권에 따라 정책의 방점이 임대와 분양 사이를 왔다갔다하다 보니 수요자들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 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