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 시각) 발표된 미국 취업자 수 통계가 시장의 기대를 크게 밑돌았지만, 뉴욕 증시의 다우평균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반적으로 고용 부진은 주식시장에 악재로 통한다. 하지만 이번엔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고용시장이 따라잡지 못할 만큼 너무 빠르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또 고용시장의 부진이 오히려 금리 인상에 대한 걱정을 덜어줘 호재로 인식됐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미 증시는 코로나 이후 빠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 빅테크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 발표 등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힘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4일 “우리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바이든 행정부 주요 인사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시사하면서 나스닥 지수가 급락하는 등 증시가 흔들린 것이다.

◇경기는 회복되는데 기업들은 구인난

7일 미 노동부는 4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가 26만6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약 100만명)에 비해 4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4월 취업자가 130만명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다른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125만명, 제프리스는 200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실업률도 시장 전망과 달리 3월(6.0%) 대비 0.1%포인트 상승한 6.1%였다. 시장은 당초 실업률이 5.8%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미 경제 전문 매체인 CNBC에 “미국 내 일자리는 많은데 노동력 공급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기업들이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수석 국제 이코노미스트도 “전미자영업연맹(NFIB) 조사를 보면 직원을 구하지 못한 자영업자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많다”며 “노동력 수요는 크지만 공급이 부족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후한 실업수당이 근로자들을 집 안에 머물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로 집 안에서 자녀를 돌보는 여성이 일자리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추정도 있다.

일부 외신은 기업들이 최근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원자재를 제때 조달하지 못해 고용을 충분히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4월 고용 부진은 경제 정상화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옐런 재무장관도 “우리 경제는 매우 이례적인 타격을 입었고 돌아가는 길이 다소 평탄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증시는 반색 “고용 쇼크가 금리 인상 늦출 것”

시장은 오히려 고용 부진에 반색했다. 이날 다우평균은 전 거래일보다 229.23포인트(0.66%) 상승한 3만4777.76으로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도 30.98포인트(0.74%) 오른 4232.60을 기록했다. 다우와 S&P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다.

시장에선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안도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도 랠리’가 펼쳐졌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4월 미국 고용 지표는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를 덜어주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미 경제가 빠르게 회복할 경우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연준이 돈을 푸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되돌리고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고용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경우 금리 인상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고용 지표가 발표된 직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57%에서 1.55%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