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 한국항공우주산업, 현대해상, 중앙 등 대기업집단(그룹) 71개를 지정·발표했다. 미국 국적이라 총수(동일인) 지정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었던 쿠팡 김범석 의장은 총수로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공정위는 29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71개를 지정했다. 작년보다 7개 증가해 역대 최다다. 쿠팡, 한국항공우주산업, 현대해상화재보험, 중앙, 반도홀딩스, 대방건설, 엠디엠, 아이에스지주 등 8개 기업을 신규 지정하고 KG를 제외했다. JTBC, 메가박스, 휘닉스 호텔앤드리조트 등 56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앙은 이번에 자산 5조140억원으로 71번째 대기업집단이 됐다.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40개로 작년보다 6개 증가했다. 셀트리온, 네이버, 넥슨, 넷마블, 호반건설, SM, DB 등 7개를 신규 지정하고 대우건설을 제외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되면 공정위에 계열사 현황, 내부거래 내역 등을 공시·신고해야 한다. 총수 일가도 감시 대상이 된다.
덩치가 더 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되면 순환출자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 규제가 추가된다.
◇셀트리온, 쿠팡, 카카오, 네이버 급부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이 7개나 증가한 것은 지난해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시중의 유동성이 크게 증가하면서 자산가치가 급등한 기업이 많기 때문이라고 공정위는 분석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제약사인 셀트리온과 IT 기업들이 급성장한 것도 눈에 띈다. 셀트리온은 주식 가치 상승, 매출·당기순이익 증가로 자산총액이 8조8000억원에서 14조9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쿠팡(3.1조5.8조), 카카오(14.2조19.9조), 네이버(9.5조13.6조), 넥슨(9.5조12조), 넷마블(8.3조10.7조) 등 IT 기업들의 자산총액도 크게 증가했다.
자산총액 순위가 가장 많이 상승한 기업도 셀트리온(45위24위), 네이버(41위27위), 넷마블(47위36위) 등이었다.
전체적으로 지정된 대기업들의 자산총액은 증가했지만 경영실적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 급등으로 자산총액은 증가했지만 코로나로 영업은 타격을 입어 ‘외화내빈’ 상황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전체 대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은 160조3000억원 증가(2176조1000억원2336조4000억원)했지만, 매출액은 57조1000억원(1401조6000억원1344조5000억원), 당기순이익은 4조5000억원(48조43조5000억원) 감소했다.
매출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대기업집단은 삼성(+11조3000억원)이었다. 이어 셀트리온(+1조7000억원), 부영(+1조6000억원) 순이었다. 매출액이 가장 많이 감소한 집단은 SK(-21조8000억원), GS(-13조6000억원), 현대중공업(-9조2000억원) 등이었다.
당기순이익이 가장 많이 증가한 대기업집단은 LG(+3조3000억원), SK(+1조9000억원), KCC(+9000억원) 등이었다. 당기순이익이 가장 많이 감소한 집단은 현대자동차(-4조2000억원), 롯데(-3조2000억원), 두산(-2조원) 등이었다.
◇쿠팡 총수는 김범석 의장 대신 쿠팡
공정위는 쿠팡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총수는 김범석 의장 대신 쿠팡 법인으로 정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기존 사례, 현행 제도의 미비점, 계열회사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미국인인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미국 쿠팡을 통해 국내 쿠팡을 지배하고 있음이 명백하나, 그동안 외국계 기업은 국내 법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해온 점, 현실적으로 외국인을 제재하기 어려운 점,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판단하든 쿠팡㈜를 동일인으로 판단하든 현재로서는 계열회사 범위에 변화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범석 의장이 쿠팡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지만 외국인이라 현실적으로 규제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국내 법인을 총수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쿠팡은 쿠팡 법인을 중심으로 국내 계열사간 내부 거래 등만 공시하면 된다.
현대자동차와 효성은 각각 동일인을 정몽구정의선, 조석래조현준으로 변경했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2세들을 동일인으로 판단해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정의선 회장이 이미 현대차 등 주력회사의 회장으로 취임한 점,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정의선 회장에게 포괄 위임한 점,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 회장으로 취임한 후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등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해온 점, 정몽구 명예회장이 84세 고령으로 경영 복귀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효성도 조현준 회장이 지주회사의 최다 출자자인 점, 그룹 회장으로 이미 취임한 점, 조석래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조현준 회장에게 포괄 위임한 점, 조현준 회장 취임 후 지배구조 개편 등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해온 점, 조석래 명예회장이 87세 고령으로 경영 복귀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수출입은행이 최다 출자자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한국항공우주산업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이외에 현대해상은 정몽윤, 중앙은 홍석현, 반도홀딩스는 권홍사, 대방건설은 구교운, 엠디엠은 문주현, 아이에스지주는 권혁운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공정위는 이번 동일인 지정을 계기로 동일인의 정의・요건, 동일인 관련자의 범위 등 지정제도 전반에 걸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용역도 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현재는 동일인의 정의・요건 등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제도의 투명성이나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정책 환경이 변화하여 외국인도 동일인으로 판단될 수 있는 사례가 발생하였으나, 현행 규제가 국내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당장에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하여 규제하기에는 집행가능성 및 실효성 등에서 일부 문제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또 “경영권 승계 등 젊은 리더십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향후에도 동일인 세대교체를 지속 검토할 계획”이라며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신산업 출현, ESG라는 新경영 패러다임 대두 등 급변하는 환경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임을 감안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