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시간꼴로 일한 주 10시간 이하 ‘초단기’ 근로자가 사상 처음으로 110만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본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추경호 의원실과 함께 통계청의 취업자 근로시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 3월 주 10시간 이하 ‘초단기’ 근로자는 111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3만5000명(42.8%) 급증했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1만4000명(1.2%) 늘었는데, 초단기 근로자를 빼고 계산하면 오히려 일자리가 2만1000개가량 줄어든 셈이다.

연령대별로 분석해보면, 초단기 근로자는 60대 이상과 청년층에서만 증가했다. 60대 이상은 28만명에서 62만1000명으로 34만1000명(121.8%)이나 증가했다. 20대는 11만9000명에서 15만9000명으로 4만명(33.6%) 증가했다. 10대도 2000명(5.8%) 늘었다. 나머지 연령대는 전부 감소했다. 올 3월 60대 이상 전체 취업자는 40만8000명 늘었는데 그중 81%가 초단기 근로자인 셈이다. 20대도 늘어난 취업자 10명 중 3명이 초단기였다.

통계청 관계자는 “(정부가 세금으로 만든) 노인 일자리와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늘어난 청년 알바 위주로 취업자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PC방을 운영하는 A씨는 “2월 중순부터 영업제한이 풀려 금·토 주말에 한해 5시간씩 단타로 대학생 알바를 쓰고 있다”며 “예전에는 평일에도 알바를 썼지만 형편이 어려워 평일에는 내가 하루종일 가게를 지킨다”고 말했다. 주 15시간 이상 알바를 쓰면 시급 외에 주휴수당을 줘야 하는데 주휴수당을 아끼기 위해 쪼개기 알바를 쓰는 경우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청년도 노인처럼 공공 일자리가 많다”며 “잠깐씩 배달 알바를 하는 청년도 늘었다”고 말했다.

초단기 근로자 위주로 취업자가 늘면서 올 1분기(1~3월)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15.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3월 취업자 숫자 자체는 늘었지만 국민들이 실제로 느끼는 고용 상황과는 차이가 크다는 얘기다. 체감실업률은 실업자뿐만 아니라 추가 근로를 희망하는 주 36시간 미만 단기 근로자 등을 포함한다.

3월 취업자 수가 13개월 만에 증가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온 지난 1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민간 일자리 상황이 개선되는 등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여전히 고용시장의 한파는 풀리지 않은 것이다. 추경호 의원은 “코로나로 고용 절벽에 빠진 작년 3월과 비교해서 취업자가 늘었다고 자화자찬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제대로 된 일자리라고 보기 힘든 하루 1~2시간짜리 불완전 취업자가 크게 증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취업자 가구의 살림은 더 팍팍해졌다. 신한은행이 20일 발표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78만원으로 2019년(486만원)보다 1.6% 줄었다. 2년 전인 2018년 수준(476만원)으로 후퇴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전국의 만 20~64세 취업자 1만명을 조사한 결과다.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소득 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895만원으로 1년 전보다 0.8% 줄었는데 하위 20%(183만원)는 이보다 더 큰 폭(3.2%)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빚을 지고 있는 취업자는 10명 중 6명꼴(62.5%)이었다. 2019년(52.8%)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