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구내식당은 삼성웰스토리, 신세계그룹은 신세계푸드 등 그룹 계열사가 독점하던 대기업 단체급식 일감이 외부로 개방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삼성, 현대차, LG,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LS, 현대백화점 등 8개 대기업은 5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단체급식 일감개방 선포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과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 장재훈 현대차 대표, 권영수 LG 부회장,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 강희석 이마트 대표, 김홍기 CJ 대표, 이광우 LS 부회장, 장호진 현대백화점 대표 등 대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대기업들은 그동안 계열사나 친족 회사에 수의계약으로 맡겼던 구내식당 단체급식 물량을 경쟁 입찰로 돌려 독립·중소기업, 소상공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예컨대 LG는 내년부터 ‘전면 개방’ 원칙 아래 구내식당 업체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뽑기로 했다. CJ는 구내식당 물량의 65%를 외부에 개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팔을 비틀어 대표들을 병풍처럼 세우고 관제 행사를 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위는 “업계가 공정위 제안에 적극 부응한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자칫 공정위 조사 대상이 될까 싶어 보험을 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공정위는 단체급식 업계 1위인 삼성웰스토리 등 삼성그룹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제재 수위를 가늠하고 있다. 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까지 검찰에 고발할 가능성도 있다. 조사 확대 여부에 따라 다른 대기업들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 2월 말 공정위에서 행사 참여 여부를 알려달라는 연락이 왔다”며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하라고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공정위 제안을 거절할 수 있는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단체급식 개방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급식업체 관계자는 “대형 사업장은 점심 시간 1시간에 수만 끼를 공급해야 하는데 경쟁입찰을 하더라도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감당할 수 없다”며 “결국 풀무원, 동원 등 중견 업체나 외국 업체에 물량을 몰아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단체급식 시장은 삼성웰스토리, 아워홈(LG그룹의 친족 회사), 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 계열사),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 대기업과 관련된 5개사가 전체 시장(4조3000억원)의 80%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