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요 증권사를 통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주식은 테슬라(4조7452억원)였다. 하지만 공매도 세력에 대항해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을 사들이면서 한때 주가가 폭등했던 ‘게임스톱’ 주식도 많이 사들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올해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 투자에서는 삼성전자 등 대형주 위주로 투자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해외 주식 투자에서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단기간에 고수익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을 통해 많이 매수한 10개 해외 주식 중 5개 공통 종목은 테슬라, 게임스톱, 애플, 처칠 캐피털IV(CCIV),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등이었다.
◇테슬라 회복 기다리는 서학개미
테슬라 주가는 지난 1월 26일 최고점인 883.09달러를 찍고 크게 하락한 상황이다. 폴크스바겐, 현대차, GM 등 기존의 자동차 제작사들이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생산하기 시작하면, ‘경쟁 심화로 테슬라의 경쟁력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테슬라는 사이버트럭과 세미트럭 등을 출시해 상용차 부문에서 ‘전기차’ 시대를 열 것”이라며 “2분기에 양산 모델 디자인이 공개되고 4분기 생산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애플도 올 들어 지난 1월 26일 143.16달러까지 주가가 상승했다가 이달 들어 지난 8일에는 주가가 116.36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삼성증권 이종욱 연구원은 “아이폰12의 성공적인 판매 이후 차익 실현 분위기, 코로나 사태로 인한 애플스토어 셧다운 연장 등이 주가 조정의 원인으로 보인다”면서도 “올해까지도 기기 판매 호조가 이어질 것이고, 배당 정책이 지속적으로 강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좋은 투자처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빅데이터 분석에 특화된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원래 미국 정부 등에 대테러 작전 관련 데이터 분석 설루션을 제공했는데, 현재는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도 서비스를 확장했다. 현재는 주가가 주춤한 편이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다른 테크주들과 함께 타격을 받았고, 지난 지난달 18일 보호예수(주요 주주들이 상장 후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못하는 것) 기간이 끝나면서 매도 물량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면서도 “국방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 정부 쪽 수요가 충분히 있고, 소프트웨어 구축·배포 효율성이 향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 연구원은 “대표적인 미국 빅데이터 종목으로서 성장성과 수익성을 고려하면 지금 주가가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닐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고수익 좋지만 신중한 투자 필요
‘제2의 테슬라’를 찾아나선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인 종목이 처칠 캐피털IV다. 처칠 캐피털IV는 스팩이라고 줄여 부르는 ‘기업 인수 목적 회사(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다. 비상장 기업을 일정 기간 안에 인수·합병(M&A)할 목적으로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다. 테슬라의 대항마로 꼽히는 루시드 모터스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에 올해 초 10달러 수준이었던 주가가 지난 18일에는 58.05달러까지 올랐다. 그런데 지난달 22일 루시드 모터스와의 합병이 공식화된 뒤 지난달 23일부터 주가가 3일 연속 하락하며 20달러대(27.82달러)까지 떨어졌다. 증권업계에선 “스팩에 대한 투자도 ‘고위험·고수익 투자’라고 보고 신중하게 투자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 스팩이 합병한 루시드 모터스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루시드 모터스의 경우 긴 주행거리와 럭셔리한 실내 인테리어 등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면서도 “2028년에 40만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테슬라 사례를 보면 2028년 정도가 되어야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매수 금액 2위 종목인 게임스톱의 경우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에 반발해 대거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가가 급등했었던 종목이다. 최근까지도 주가가 폭등·폭락을 반복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게임스톱 같은 종목의 경우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등하더라도 주가가 안정적으로 유지 또는 상승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며 “손실 가능성이 큰 투자 방식”이라고 했다. 황 연구위원은 “국내 주식 투자나 해외 주식 투자나 진짜 기업 가치에 기초한 투자 판단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