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영컨설팅사 맥킨지&컴퍼니 테크놀로지·미디어·텔레콤 부문 임정수 파트너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일부 기업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투자를 늦추거나 중단하려는 유혹에 직면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 이전부터 4차 산업혁명 기술에 투자해온 선두 주자들은 이미 투자의 결실을 거둬들이면서, 승자와 패자 격차는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중국 금융 그룹 핑안(平安)이 대표이다. 이 회사는 수년간 디지털화에 매년 2조원 이상 선도적으로 투자해왔고, 신종 코로나 사태 이전에 이미 150만 직원 중 20% 이상이 재택근무가 가능한 환경을 구현했다. 덕분에 코로나 사태 발생 직후인 춘제(중국의 설) 연휴 기간에 모든 고객 정보를 온라인화했고, 전 직원의 재택근무를 통해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이 회사의 핀테크 자회사 원커넥트도 코로나 대유행(팬데믹) 직후 60 은행에 AI(인공지능) 음성 로봇 및 화상 회의 앱을 포함한 원격 영업 관리와 고객 지원 도구를 제공했다. 핑안은 이를 통해 고객 2억1400만명의 선두 주자 지위를 더 확고히 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 이전에 4차 산업혁명 기술 활용을 확대한 기업들은 위기 대응에도 승리했음을 뜻한다. 실제로 맥킨지가 최근 전 세계 기업 400곳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보니, 응답자의 94%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팬데믹 위기 중 기업 운영에 도움이 됐고, 56%는 위기 극복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응답했다.

예컨대 한 소비재 기업은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공급망의 ‘디지털 트윈(가상 공간에 실물과 같은 물체를 만들어 시험하는 기술)’을 구축, 펜데믹 기간 중 다양한 시나리오를 운용해 제조 사업장의 갑작스러운 폐쇄와 원료 공급의 차질에 완벽하게 대비할 수 있었다. 이처럼 1년 전에 비해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전망이 더 낙관적으로 바뀌었다는 응답이 65%에 달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중점 적용 분야로는 원격 근무, 공급망 연결 및 예측성, 운영 투명성 향상을 구현하는 기술이 언급된다. 더불어 디지털화의 가장 큰 동인(動因)으로 기민성, 유연성, 제조의 효율성이 꼽혔다.

반대로 신종 코로나 사태 이전에 4차 산업혁명을 실행하지 않았던 기업에 팬데믹은 일종의 ‘각성제' 역할을 했다. 이러한 기업 응답자의 56%는 “뒷받침할 디지털 기술이 없어서 코로나 사태 대응이 제한됐다”고 답했다. 과거 경험 부족, 뒤처진 IT 및 정보·운영 기술, 코로나19로 인한 현금 부족 등의 이유로 추세를 따라잡기는 더 어렵게 됐다.

신종 코로나 팬데믹은 디지털 게임의 법칙을 바꿔 놓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필요성을 높이는 동시에 성공 기준도 높였다. 디지털 속도전에서 실기(失機)하면 치명적 실수가 될 것이다. 산만한 접근 방식으로는 어렵다. 목표를 위한 전략적 실행안을 작성한 뒤, 상위 1~2가지 전략적 목표를 겨냥한 소수의 디지털 활용 사례를 선정해 이 기술을 개선·적용하고 적극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신속하고 기민한 프로세스 추진이 최우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