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사는 50대 회사원 김모씨는 최근 세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퇴직을 앞두고 있는데 부동산 세 부담이 커질 것 같아 뒤숭숭하다고 했다. 마포구 85㎡(전용면적) 아파트에 사는 김씨는 지난해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로 325만원을 냈다. 2019년만 해도 230만원 정도였는데 100만원가량 늘었다. 그는 최근 세무 상담을 받고 놀랐다고 했다. 올해는 보유세 부담이 455만원, 10년 뒤인 2030년엔 860만원으로 뛴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진 건 집 한 채뿐인데 매년 꼬박꼬박 내야 하는 보유세는 대기업 직원 한 달치 월급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아파트를 처분해야 하나 고민이 크다”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10년간 보유세 작년보다 44조 증가

최근 여당에서 복지 확대를 위해 ‘증세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 공시가격 현실화 등에 따라 앞으로 10년간 부동산 보유세(종부세+재산세) 세수 증가분이 44조원에 달한다는 추산 결과가 나왔다. 종부세가 31조5000억원, 재산세가 12조5600억원이다. 이 전망치는 집값이 10년간 오르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 실제 세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기획재정위원회 추경호 의원실(국민의힘)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해 앞으로 10년간(2021~2030년) 보유세 세수 증가분을 추계한 결과다. 연도별로 작년 대비 보유세 세수가 얼마나 증가할지 계산한 것이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고 가정하는데도 보유세가 불어나는 것은 올해부터 종부세 세율뿐 아니라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도 오르기 때문이다. 종부세의 경우 1주택자도 세율이 지난해 0.5~2.7%에서 올해 0.6~3%로 인상된다. 다주택자는 세율이 0.6~3.2%에서 1.2~6.0%가 된다. 조정대상지역은 2주택자의 세 부담 상한이 200%에서 300%로 높아진다. 전년도의 3배까지 세 부담이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종부세와 재산세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올릴 계획이다.

추계에 따르면, 올해 보유세는 작년보다 1조9580억원 늘어난다. 내년에는 작년보다 2조4000억원이 더 증가한다. 10년 뒤인 2030년에는 작년보다 6조8454억원이 더 걷히게 된다. 10년간 증가분을 모두 합하면 정부가 더 걷게 될 세금이 44조570억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올해 종부세 세수는 작년보다 1조8000억원 정도 늘어나고 10년 뒤엔 4조4820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10년간 증가분은 31조5000억원인데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중 17조5000억원은 종부세 인상 등 종부세법 개정에 따른 효과, 14조원은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효과로 분석했다.

올해 1인당 종부세 부담은 작년보다 평균 492만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2030년엔 1224만원이나 더 불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여당발 증세론? “이미 엄청난 증세”

나랏돈 씀씀이가 커진 정치권이 증세 논의에 불을 댕기고 있지만 이미 부동산 세금 폭탄으로 걷을 세수가 이렇게 많은 것이다. 반대로 그만큼 국민 세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 세금 폭탄으로 증세를 한다고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했다. 금융권의 A세무사는 “이 정도면 집값을 잡는 게 아니라 국민 주머니 터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의원은 “앞으로 10년간 부동산 보유세 추계 전체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세금 폭탄이란 말이 과언이 아니었다”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세금 폭탄으로 집값이 아니라 국민만 잡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