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왕부자(가명)씨는 최근 한 핀테크 플랫폼 앱에 가입해 은행 계좌와 카드, 국세청 홈택스, 신용평가사 신용점수 등 금융 정보들을 연동했다. 그랬더니 각 카드 사용 내역은 물론 계좌로 입출금한 내역을 하나의 가계부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현재 보유 카드보다 앱이 추천한 카드를 썼을 때 한 해 얼마나 포인트를 더 쌓을 수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왕씨는 “아직 초창기인데도 원하는 혜택에 꽤 근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며 “자산 관리 집중 서비스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오는 8월부터 각종 프로그램에 자동으로 연결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동의하면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금융기관에 흩어진 데이터를 전송받는 방식이다.
◇28개사 데이터 서비스 경쟁 서막 열렸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지난 5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용자가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있는 개인 정보를 하나의 앱에 모아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본허가를 취득한 은행·증권·핀테크 등 28개 금융사들은 ‘미래 먹거리’인 마이데이터 시장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데이터 시장이 2023년 3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19조2736억원)와 비교해 1.5배 늘어나는 규모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개발 초창기인 현재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KB 국민은행은 지난 2일 자산·지출 관리 앱 ‘KB마이머니’를 통해 마이데이터 기술을 적용한 ‘신용관리 서비스’와 ‘자동차관리 서비스’를 새로 시작했다. 이용자들은 앱을 다운받아 본인 신용평점을 같은 연령대·성별과 비교하고, 평가 기준 등 상세 항목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앱은 소득 추정 모델을 바탕으로 소득·연령 기준별 권장 소비 같은 개인 신용 구매력 정보도 정리해 보여준다.
NH 농협은행은 자사 온라인 뱅킹 앱인 ‘올원뱅크’에 ‘내차정보관리’와 ‘정부지원혜택’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내차정보관리는 본인 소유의 차량 번호를 등록하면 차량 정보(차량원부·시세 등) 및 운전 정보(벌점·범칙금·사고 내용 등)를 한눈에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다. 정부 지원 혜택을 선택하면 공공 데이터를 연계해 취업 수당 등 정부 지원 정보를 추천받을 수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신용평가사 NICE평가정보와 협력해 ‘네이버페이 신용관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페이 신용관리는 신용점수·대출·연체 등 복수 금융기관 개인 신용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또 ‘신용분석 리포트’를 통해 거래기간·신용형태·부채·상환이력 4개 항목별로 신용점수가 어떻게 산정됐는지 분석한 내용을 조회할 수 있고, 본인과 비슷한 연령대의 평균 신용점수 등을 정기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한 은행 임원은 “아직 사업 초기 단계라 민간 기업 간 정보의 벽을 허물어야 하는 과제도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 등 보안 우려
편리한 만큼 다른 한편에선 보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특히 마이데이터가 여러 은행 계좌를 연동하는 기존 오픈뱅킹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데 벌써부터 오픈뱅킹 시스템을 악용해 여러 계좌를 동시에 노리는 범행 수법이 등장했다.
신분증과 신용 정보를 획득해 대포폰을 개설하고 오픈뱅킹에 가입해 한꺼번에 여러 계좌에 있는 돈을 빼가는 방식이다. 개인 정보 전체를 한곳에 모두 맡길 경우 기업이 ‘빅브러더’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마이데이터 활용도를 높이려면 여러 정보를 연동해야 하는데 그 경우 보안이 뚫리면 대형 금융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지는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