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프랑스의 나폴레옹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에게 증오의 대상이 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공매도입니다. 공매도는 우리가 말하는 ‘빚투(빚내서 투자)’를 뒤집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시기 쉽습니다. 우리가 흔히 빚투라고 부르는 신용거래융자는 돈을 빌려서 주식을 사고 오르면 팔아서 수익을 냅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미리 팔고 나중에 주가가 떨어졌을 때 사서 갚으면 이익이 납니다.

◇400년의 역사 지닌 공매도

공매도는 무려 400년의 역사를 가진 제도입니다. 그리고 그 기간 내내 자본 시장의 문제아 혹은 악당 취급을 받았습니다. 대부분 투자자가 주가가 떨어져 좌절할 때 공매도 투자자들은 콧노래를 부르게 되기 때문에 ‘미움’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1609년 네덜란드의 상인 아이작 르메르가 이끄는 상인 집단은 동인도회사의 주식을 최초로 공매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이 동인도회사 주식을 공매도를 한 뒤 1년간 동인도회사의 주가는 12% 가량 하락했다고 합니다.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 하는 세력에게 머스크가 분노했듯, 동인도회사 경영진도 화가 났을 겁니다. 그래서 네덜란드 금융당국에 이렇게 청원을 합니다. “갖지도 않은 주식을 파는 이상한 투자 때문에 선량한 투자자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1610년 네덜란드 정부는 세계 최초로 공매도를 금지했습니다.

대략 200년 뒤 프랑스의 나폴레옹도 “공매도는 반역”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공매도가 주식 시장의 혼란을 초래한다고 봤는데, 주식 시장이 흔들리면 자신의 전쟁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공매도에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29년 미국 증시가 대폭락하던 시기 공매도 투자자였던 벤 스미스는 경호원을 대동하고 다녀야 했다고 합니다. 주가 폭락으로 돈을 잃은 사람들에게 증오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죠. “저 놈 때문에 우리 주식 주가가 떨어졌어”라고 외치는 투자자들이 많았을 겁니다.

◇머스크 “공매도는 사기”

/일론 머스크 트위터 캡처 일론 머스크가 지난달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그는 "집과 차는 지금 갖고 있지 않으면 팔 수 없는데, 왜 주식은 없는데 팔 수 있냐"며 "공매도는 사기"라고 비난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전기차 회사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가 공매도 세력을 비난해 화제가 됐습니다. 머스크는 지난달 공매도 투자자에 대항해 게임기 등을 파는 ‘게임스톱’의 주식을 대거 사들였던 개인 투자자들을 옹호하고 나서기도 했죠. 테슬라도 공매도 세력의 공격에 시달린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머스크는 지난해 빨간 반바지인 ‘테슬라 숏팬츠’을 만들어 팔기도 했습니다. 공매도 세력을 조롱하는 차원에서 만들어 판 겁니다. 공매도는 영어로 ‘숏 셀링(short selling)’이라고 부릅니다.

나폴레옹과 머스크가 미워하는 것처럼 공매도가 늘 밉상인 건 아닙니다. 지난 2001년 미국 에너지기업 엔론의 회계 부정이 드러나 파산하는 과정, 지난해 중국 루이싱커피가 재무 부정으로 나스닥에서 퇴출되는 과정에서는 공매도 세력이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물론 공매도 세력이 ‘공익 활동’을 하는 건 아니죠. 공매도로 돈을 벌기 위해 문제가 있는 기업을 찾아낸 것이지만, 이들 기업의 문제점을 빨리 밝혀내면 여기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람의 수는 줄어들겠지요.

◇공매도 하면 주가 떨어지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이 공매도를 금지하면서 주요국들도 같은 조치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건 경제학적으로 입증된 적이 없기 때문에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주가가 급락할 때도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은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았습니다. 2008년과 지난해 사정이 좀 달랐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2008년에는 금융시장에서 먼저 문제가 생겼다면, 지난해에는 코로나라는 변수가 실물 경제를 흔들고 이것이 자본 시장으로 전이되는 식이었지요. 하지만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돈 풀기에 나서면서 지난해 증시 폭락의 우려는 크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겁니다.

/한국증권금융 공매도는 사실 위험한 거래다. 일반적인 주식 투자는 이론적으로 최악의 경우 원금을 모두 잃고, 이익은 주가가 오르는만큼 계속 늘어난다. 반면 공매도는 이익은 원금 이상 발생할 수 없지만, 손실은 원금 이상으로 커질 수 있는 거래다.

국내에 공매도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69년입니다. 돈을 빌려 주식을 사서 주가가 오르면 돈을 버는 신용거래융자 제도와 함께 도입됐습니다. 사실 둘은 ‘이란성 쌍둥'이 같은 존재죠. 공매도를 할 때 개인 투자자가 빌리는 주식 중에도 신융거래융자를 한 사람이 산 주식(증권사에 맡겨진 담보)이 다수 있답니다. 똑같이 빚투인데 투자의 방향이 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2009년,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시행됐고, 코로나 사태로 주가가 급락한 작년 3월 세 번째 시행돼 오는 5월 3일 해제될 예정입니다.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다시 허용한 다음에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