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이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연기금들이 사들이는 국내 주식도 있다. 방탄소년단을 배출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등이다. 연기금이 매수하는 종목들을 살펴보면 투자에 참고할 점이 있다고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19일까지 37일 연속으로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하지만 22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같은 기간 순매수 상위 세 종목의 경우 추정 수익률도 9.4~22.5%로 괜찮은 편이다. 추정 수익률은 해당 기간 순매수 금액을 순매수 주식 수량으로 나눠 구한 ‘평균 순매수 가격’과 지난 19일 종목별 주가(종가)를 비교해 산출했다.
연기금은 코로나 사태 여파로 국내 증시 사정이 좋지 않았던 작년 3~4월에 사들였던 삼성전자 등 대형주는 현재 매도하고 있다. 국민연금 등이 자산 중 국내 주식의 비율을 미리 정한 목표 비율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국내 주식을 팔고 있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에 투자하는 연기금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연기금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주식을 103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연기금 순매수 금액 1위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추정 수익률 역시 22.5%로 순매수 상위 10종목 중에서 가장 높았다. 이 기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주가도 15만8000원에서 23만4500원까지 상승했다.
순매수 2위 종목인 LG디스플레이(9.4%)와 3위인 에너지·화학 기업 OCI(14.5%)의 투자 수익률 역시 괜찮은 편이었다. 6위 LG이노텍(4.7%)과 9위 두산퓨얼셀(5%) 등도 연기금이 산 가격보다는 주가가 더 올랐다.
반면 연기금은 10종목 중 4종목에서는 손실을 기록 중인 것으로 보인다. 순매수 5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5%)를 비롯해 에쓰오일(S-Oil), 한미약품, 고려아연 등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지난 19일 사이 연기금이 이들 종목 주식을 산 가격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으로 주가가 떨어진 것이다.
◇작년 3~4월에 산 주식 판다면 차익 실현
연기금은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팔고 있다.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지난 19일 사이 삼성전자를 4조231억원어치 팔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이 기간 연기금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10종목 중 7종목이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10종목과 겹친다. 이래서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삼성전자 외에 SK하이닉스, 현대차, SK이노베이션, KT&G,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이다. 연기금이 판 주식을 개인 투자자가 사들인 모양새다. 개인 투자자들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국내 주식을 계속 팔아서 주가 상승을 방해한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연기금은 전체 투자 자산 중 국내 주식의 비율을 조정하고 있는 중이다. 국내 증시에서 주가가 계속 오르면서 국내 주식 비율이 정해진 목표 비율을 크게 넘어섰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가격이 많이 오른 자산은 팔고, 가격이 하락한 자산을 매수하는 ‘리밸런싱’을 하는 것이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코로나 사태로 국내 주식 사정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 3~4월에는 연기금이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많이 사들였다. 연기금은 지난해 3월(1조134억원)과 4월(3355억원)에는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3월 23일에는 주가가 4만2500원 수준이었는데, 지난 19일 종가는 8만2600원이었다. 연기금으로서는 지난해 3월에 산 삼성전자 주식을 현재 팔면 4만원가량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기금 입장에서 주가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투자 행위”라며 “국민연금 등이 이렇게 수익을 내서 나중에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연금을 주는 것이 원래 기금 투자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