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시 주택 취득세 과세액이 3조72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3300억원(55%)이나 급증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취득세는 주택을 사면서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세금이다. 2016년 이후 줄곧 연간 2조원대였는데 이례적으로 뛴 것이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상훈 의원은 서울시에서 이 같은 자료를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종부세 증가율 43%보다 더 급증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취득세는 전국적으로는 10조원에 육박해 역시 역대 최고액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2019년(7조6500억원)보다 2조원 정도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최종 집계가 안 됐지만 지난해 서울시가 50% 정도, 경기도가 30~40% 정도 취득세가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나머지 지자체는 2019년과 비슷해 총 2조원 정도 과세액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국민들이 연달아 세금 폭탄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부동산 세금인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지난해 전국적으로 9216억원(27.5%) 늘어난 4조2687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서울 주택분 종부세의 경우 2019년 8279억원에서 지난해 1조1868억원으로 43% 증가했다. 그런데 고가 주택이 아니라도 누구나 내야 하는 취득세(55%)가 그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김상훈 의원은 “앞으로 종부세뿐만 아니라 취득세, 양도세 등 전방위적인 세금 폭탄 고지서가 청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가 근본 원인”
세무 전문가들은 취득세 폭증의 원인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우선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출이 늘고, ‘패닉 바잉(공황에 빠진 것 같은 상태에서 구매)’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주택 매매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서울의 주택 매매 건수는 2019년 13만1379건에서 지난해 17만7757건으로 35% 늘었다. 양도세 등 회피 목적으로 주택 증여가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서울의 주택 증여 건수는 3만5353건으로 전년(2만637건)보다 71% 증가했다. 취득세는 실거래가에 취득세율을 곱해서 매기는데 실거래가도 크게 뛰었다. 여기에 지난해 7·10 대책에 따라 다주택자 취득세율도 크게 올랐다. 취득세율은 서울, 경기 등 조정 대상 지역 기준 2주택자는 1~3%에서 8%로, 3주택자는 1~3%에서 12%로, 4주택 이상은 4%에서 12%로 뛰었다. 세무사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상승이 취득세 폭증의 근본 원인”이라고 했다.
◇'영끌' 몰린 용산구, 노원구 등 급증
서울 주택 취득세를 구별로 보면, 용산구(133%), 노원구(129%), 영등포구(125%), 중랑구(118%), 도봉구(99%) 등에서 증가율이 높았다. 용산구는 985억에서 2298억원으로 2.3배가 됐다. 노원구는 447억원에서 1026억원으로, 영등포구는 820억원에서 1848억원으로 늘었다. 강남 3구로 불리는 강남구(15.6%)와 서초구(67.5%), 송파구(4.9%)는 상대적으로 증가 폭이 크지 않았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강남권은 재건축이 올스톱 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지난해 3040세대의 영끌 부동산 투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오른 노원구, 중랑구, 도봉구 등의 아파트로 몰렸다”며 “강남의 다주택자들이 용산구, 노원구 등의 아파트를 자녀에게 많이 증여했는데 이런 현상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년 새 취득세가 폭증하면서 조세 저항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의 취득세 부담은 다른 나라에 비해 무거운 편이다. 2018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취득세 비율은 2.0%로 G7(주요 7국) 국가 평균(0.5%)의 4배 수준이다. 일본은 0.3% 수준이고, 미국은 0.1%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 교수는 “세계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처럼 취득세 부담이 큰 나라는 보기 드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