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재무성과나 보유한 자산만으로 기업을 평가한다면 쿠팡이나 마켓컬리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요?”
작년 말 KDB산업은행은 매년 적자를 기록 중인 한 스타트업에 50억원을 빌려줬다. 회사가 적자인데 뭘 믿고 산은이 돈을 빌려줬을까. 산은이 담보로 잡은 것은 이 회사가 보유한 ‘데이터’였다.
‘데이터담보대출’이라는 국내 첫 사례를 만들어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김성수<사진> EY한영 파트너는 18일 “매년 적자를 낸 쿠팡이 미국 주식시장에서 300억 달러(약 32조원)라는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것은 쿠팡의 고객 데이터가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늦어도 3년 뒤엔 한국에서도 혁신기업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데이터로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시장이 확고히 자리잡을 것”이라며 “특히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을 알 수 있는 데이터나 자율주행에 도움이 되는 데이터의 가치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 파트너는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삼일회계법인을 거쳐 2017년 EY한영에 합류했다.
그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혁신 기업들은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평가방식으로는 기업가치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며 “데이터는 명확히 실체가 있고 실제로 사업화돼 수익을 내는 모습까지 볼 수 있기 때문에 법제도가 좀 더 개선되고, 관련 사례가 쌓이면 데이터 가치평가도 활성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첫 데이터담보대출을 성공시켰지만, 그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관련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김 파트너는 “미국, 영국, 싱가폴 등 해외 전문가들과도 수시로 논의를 해봤지만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이 없었다”며 “유사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M&A한 사례와 투자사들로부터 기업가치 평가를 받은 사례 등을 기반으로 현금흐름이 어떻게 창출되는지부터 보기 시작했다”고 말혔다.
그는 데이터 가치평가 시장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내다봤다. 김 파트너는 “데이터 가치평가 모델은 혁신기업 대상의 데이터 기반 금융 상품·서비스 개발 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데이터 보유 기업의 M&A 시 기업가치평가는 물론 기업 보유 데이터 판매 시 데이터 가격 산정에도 활용 가능하다”며 “결국 데이터 유통 생태계 발전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