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4차 재난지원금’ 지원 여부를 놓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맞붙은 싸움에 안일환<사진> 기재부 2차관이 참전했습니다.
안 차관은 4일 공공기관 투자집행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불쑥 ‘악어 입 그래프’를 언급했습니다. 그는 “미래 세대의 부담인 국가채무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재정 지출의 불가역성(不可逆性)을 경고한 일본의 ‘악어 입 그래프’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 그래프는 1970년대 이후 일본 정부의 세수(稅收)와 지출 흐름을 나타낸 것입니다. 1980년대 말까지는 평행을 달렸지만, 1990년대부터 쓰는 돈은 늘어나는데 세수는 줄어들면서 두 선의 간격은 갈수록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모습이 쩍 벌린 악어 입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런 별명이 붙었습니다.
현재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습니다. 1977년 32%였던 이 비율이 2019년 220%로 7배 이상이 됐습니다.
우리 정부의 재정 상태도 이를 따라 가는 추세입니다. 빚을 내 쓰는 돈이 많아지면서 2017년 660조원이었던 국가채무는 3년 만에 840조원을 넘었고 올해는 10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런 추세는 더 가속화될 것입니다.
안 차관은 힘과 힘이 충돌하는 형국에서 ‘지혜’를 강조했습니다. 그는 “당면한 코로나 위기 극복과 함께 미래 세대가 감당할 수 있는 나라 살림을 지켜야 하는 과업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정된 재원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돈 풀기 드라이브'를 거는 여당에 던지는 메시지로 들립니다.
하지만 기재부 안팎에선 아직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그동안 홍 부총리와 기재부는 돈을 더 풀라는 정치권의 요구에 처음에는 저항하다가 나중엔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8전(戰)8퇴(退)’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죠.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결과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