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는 청년층부터 고령층까지 모든 세대의 관심사입니다. 매달 통계청이 발표하는 고용통계가 정부와 정치권의 ‘민감한 주제’가 되는 이유입니다. 이 중 고용률과 실업률은 가장 널리 인용되지만, 종종 상식에 맞지 않는 수치가 나와 논란이 되는 통계입니다. 고용률은 취업자 비율을, 실업률은 실업자 비율을 나타내므로 서로 반대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지난 2년간 그렇게 움직인 경우는 절반도 안 됩니다. 심지어 2013~2019년엔 고용률과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동반 상승하는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고용률과 실업률은 거의 완벽하게 대칭으로 움직이는데, 우리나라는 왜 이럴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취업준비생(취준생)을 비롯해 실업자 통계에 잡혔다 안 잡혔다 하는 ‘비경제활동인구’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입학 나이인 15세가 되면 모든 사람은 취업자, 실업자, 비경제활동인구 중 하나에 속하게 됩니다. 아직 학생일 때, 또 군대에 가거나 졸업 후 취업 준비만 하는 사람은 경제 활동을 시작한 것이 아니므로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됩니다. 그러다 실제로 취업을 위해 채용시험을 보면 구직활동을 한 것으로 파악되고, 취업 성공 여부에 따라 취업자 혹은 실업자로 잡히게 됩니다. 이 때문에 채용 시험이 있는 연말·연초엔 실업자 수가 늘어나며 실업률이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실업률은 실업자 수를 실업자와 취업자의 합(경제활동인구)으로 나눠서 구하거든요.
문제는 취직이 되지 않아 취업 준비를 계속할 때 나타납니다. 4주가 넘으면 그동안 실업자로 분류되던 취준생들이 다시 비경제활동인구가 되면서 실업자를 구하는 공식에서 아예 빠집니다. 실업자 요건(4주간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한 사람)에 맞지 않아서죠. 이로 인해 실업자가 줄면서 실업률이 낮아지는 ‘통계적 착시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처럼 사실은 실업 상태인데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 사람이 우리나라엔 많습니다. 취업준비생과 더불어 아르바이트생, 은퇴 후 잠시 쉬는 사람, 구직단념자(취업포기자)도 그런 범주에 속합니다. 실업률이 실제보다 낮게 잡히는 원인이죠. 반대로 은퇴 후 쉬던 고령층이 짧게나마 공공서비스 일자리를 얻으면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취업자로 바뀌며 고용률이 갑자기 올라가게 됩니다. 고용률은 취업자 수를 비경제활동인구까지 모두 포함한 ’15세 이상 인구 수'로 나눠서 구합니다.
2013~2019년 사이 고용률과 실업률이 동시에 상승한 현상을 다시 볼까요. 당시 경기 악화로 60세 이상의 고령층이 취업 활동에 나섰습니다. 그러면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어 두 통계에서 안 보이던 이들이 취업자와 실업자로 쭉 잡히기 시작했죠. 이 때문에 취업률과 실업률이 동시에 상승한 겁니다. 최근에 사례를 보면, 2020년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실업이 크게 늘어나는데, 특이하게도 실업률 상승폭보다 고용률 하락폭이 더 컸습니다. 이는 실직자 대부분이 4주 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고용 상황은 고용률과 실업률만 보고는 판단하기 힘듭니다. 실질적인 실업 상태에 있는 비경제활동인구가 많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