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지난해에도 첨단 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한 새 기업 상장(기업 공개·IPO)은 이른바 ‘대박’을 냈다. 지난해 전 세계 IPO 규모는 3754억달러(약 415조원)로 역대 최대였다. 전 세계가 경기 부양을 위해 펼친 초저금리 대출 정책 덕분에 세계 각국 증시에 자금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올해도 초저금리 기조와 돈 풀기 정책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의 화려한 글로벌 증시 데뷔는 계속될 전망이다. Mint가 올해 기대를 모으는 주요 기업의 IPO를 살펴봤다.
◇코로나 수혜 ‘유니콘’ 줄줄이 상장
지난해 에어비앤비와 도어대시처럼 올해도 테크 기업의 IPO가 가장 큰 기대를 모은다. 첫 주자는 온라인 게임 서비스 로블록스(Roblox)다. 지난해 말 상장을 추진했다가, 몸값을 올리려 올해 초로 일정을 미뤘다. 유튜브처럼 이용자가 게임을 만들어 올린다. 회사는 이를 위한 툴(소프트웨어)을 제공한다. 현재 4000만개 이상의 게임이 올라와 있고, 하루 사용자가 4000만명에 육박한다. 지난 3분기 매출은 91% 늘어난 2억4220만달러(약 2676억원)를 기록했다. 세계 초등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아 ‘초통령’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상장 이후 기업 가치가 에어비앤비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형 핀테크 기업들도 증시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13일 나스닥에 상장한 미국 어펌(Affirm)은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 대비 2배 오르며 이른바 ‘따상’을 했다. 소비자 대신 결제 업체가 먼저 물건 값을 가맹점에 전액 지불하고, 소비자는 결제 업체에 물건 값을 내주는 ‘선구매 후지불(BNPL)’ 서비스로 20~30대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에 태어난 세대)를 사로잡았다. 주식 거래 앱 로빈후드는 어펌 뒤를 이을 유망 주자다. 올해 2~3월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쿼이아 캐피털 등 주요 투자자들이 지난 9월 이 회사 가치를 117억달러(약 12조6000억원)로 매겼다.
레딧(소셜 커뮤니티), 코세라(온라인 교육), 범블(데이팅 앱), 코인베이스(가상 화폐 거래소), 유아이패스(사무 자동화) 등도 IPO를 준비 중이다. 각 분야에서 비대면 비즈니스를 개척한 기업들로 꼽히는 만큼, 상장할 때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 중엔 온라인 쇼핑 업체 쿠팡의 IPO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2분기를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7억달러를 투자했다. 지금까지 4조원에 이르는 적자를 냈지만, 코로나 대유행을 계기로 성장세가 빨라졌음을 내세우고 있다.
◇디디추싱·바이트댄스 등 홍콩 증시로
홍콩 증시도 올해 ‘대어(大魚)’급 기업의 IPO가 예고되면서, 미·중 무역 전쟁과 알리페이 운영사 앤트파이낸셜의 IPO 중단으로 얼어붙었던 분위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판 우버’라는 차량·승차 공유 서비스 기업 디디추싱의 홍콩 증시 IPO가 가장 큰 기대를 모은다. 기업 가치가 2017년 560억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비상장 주식 거래 시장에서 다소 하락했다. 뉴욕 증시에서 같은 업종의 우버와 리프트(Lyft)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수준까지 급락했던 게 영향을 줬다. 코로나 유행으로 이용자가 줄어 투자자들에게 외면당한 탓이다.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의 모기업 중국 바이트댄스는 일부 사업을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서비스 매각을 압박을 받았던 바로 그 회사다. 틱톡의 중국 버전 ‘더우인’과 뉴스 서비스인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 등이 상장 대상이다. 바이트댄스와 함께 중국의 ‘숏 비디오(짧은 동영상)’ 플랫폼 시장을 양분하는 콰이서우(快手)도 다음 달 홍콩 증시에 상장한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 연휴 이전인 2월 초 홍콩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중국 최대 음료 기업 와하하도 홍콩 증시 데뷔를 추진 중이다. 1987년 중국 항저우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탄산음료와 막대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파는 회사로 시작, 어린이 영양 드링크와 과일 요구르트, ‘토종 콜라’를 내세운 페이창커러(非常可樂)로 큰 성공을 거뒀다. 증권 업계에선 “지난해 중국 생수 회사 눙푸산취안(農夫山泉)의 IPO로 이 회사 중산산(鍾睒睒) 회장이 자산 60조원의 아시아 최고 부자가 됐는데, 와하하의 쭝칭허우(宗慶後) 회장이 이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관심거리”라는 말이 나온다.
동남아시아 기업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지역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 그랩이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IPO 규모가 최소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성공적으로 증시에 데뷔하면 동남아 기업의 해외 IPO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으로 시작한 그랩은 음식 배달 서비스를 비롯해 금융, 결제, 쇼핑, 예약, 보험 가입 등을 아우르는 종합 경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