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코로나 사태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영업 손실 보상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이 문제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보건복지부 등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정부의 방역 조치에 따라 영업이 제한되거나 금지되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 범위에서 손실 보상을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도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당정이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소확행위원회 '금융비용 절감 상생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도 이른바 영업손실보상법, 협력이익공유법, 사회연대기금법 등 ‘상생연대 3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 4·7 보궐선거 전에 자영업자 손실 보상 등으로 돈풀기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손실 보상 법안이 2월 임시국회부터 논의되길 바란다”고 했고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3월 안, 늦어도 4월 초에는 보상금 지급이 이뤄져야 되지 않나 한다”고 말했다.

여당의 드라이브에 정작 예산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는 어정쩡한 입장이다. 재정 부담이 막대하다고 지적하면서도 제대로 된 반대 의견을 내는 것도 아니고, 적극적으로 실행 방안을 찾는 분위기도 아니다.

김용범 1차관은 20일 “손실보상제를 법제화한 나라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가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질타하자 꼬리를 내렸다. 홍남기 부총리도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여운을 남겼지만 결론적으로는 “가능한 한 도움을 드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후 기재부는 손실 보상 법안에 대한 검토에 착수, 보상의 범위와 방법을 연구 중이다. 하지만 이익공유·사회연대기금 법안은 담당 부서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당에서 어떤 수준으로 법제화할지 방향이 확정되어야 정부가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를 논의한 24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 홍 부총리는 몸살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기재부 공무원들은 냉가슴을 앓고 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나중에 빚 감당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며 “이러면 안 되는데 결국은 당에서 누르면 누르는 대로 갈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자영업 손실 보상 이슈에 대해서 기재부는 ‘다른 나라엔 없다’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말만 할 뿐 구체적인 숫자나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과거 기재부와 달리 소신이 없을 뿐만 아니라 역량도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이번에도 실무 검토 정도만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여부 등을 놓고 여당과 각을 세우다 따라가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홍남기 부총리를 두고는 ‘홍두사미’란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처음엔 반발하는 것 같다가도 결국엔 백기를 들고 여당이 밀고 나가는 대로 따라간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