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4년 서울대공원에서 처음 시작했던 ‘돌고래쇼’를 앞으로 우리나라 아쿠아리움에서 보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아쿠아리움이 새로 돌고래를 수입해오지 못하도록 정부가 규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4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아쿠아리움에 있는 돌고래는 모두 27마리다. 경남 거제씨월드가 10마리로 가장 많고,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4마리), 제주 퍼시픽랜드(4마리), 제주 아쿠아플라넷(4마리), 전남 여수 아쿠아플라넷(2마리), 제주 마린파크(2마리), 서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1마리) 등이다.

앞으로 국내 아쿠아리움에서 돌고래를 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부가 동물 복지를 위해 아쿠아리움이 새로 돌고래를 들여오지 못하게끔 규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 2012년 서울대공원의 마지막 돌고래 쇼. /이명원 기자

해수부는 올해 동물원·수족관법을 고쳐 새로 문을 여는 수족관은 고래류를 못 들여오게 하기로 했다. 기존 아쿠아리움도 고래류를 새로 들여오기 어려워진다. 고래류는 국제 멸종위기종이라 수입하려면 환경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환경부는 상업적 용도로 고래를 들여오는 걸 허가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2017년 이후 허가 사례가 없다.

이 같은 변화는 돌고래를 아쿠아리움에서 살도록 하는 게 ‘동물 학대’라는 환경 단체들의 문제 제기 때문이다. 돌고래는 자연 상태에서 30~40년을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족관에서는 10년도 못 버티는 경우가 많다. 실제 지난 2005년 이후 수입하거나 새로 태어난 돌고래 61마리 중 34마리가 폐사했다.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돌고래가 태어난 해에 폐사되는 일이 2014년 이후 4건 벌어졌다. 이런 이유로 캐나다·프랑스·인도 등에서는 고래류 사육을 금지하거나 상업적으로 쓰는 걸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동물원·수족관의 본래 목적이 ‘희귀한 동물을 보여주는 것’인데, 왜 여러 동물 가운데 돌고래만 특별 대우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제적인 방향에 맞는 조치”라고 말한다. 고정락 한국수족관발전협회장은 “고래류는 이동 거리가 수천km에 달해 아쿠아리움 생활에 적응하기 어렵고, 지능이 높아 부자연스러운 생활에 고통을 느끼는 정도도 큰 편”이라면서 “육상 생물과 달리 (해양 생물인) 돌고래는 개체 수 파악 등이 어렵기 때문에 멸종에 더욱 취약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