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은행들이 시니어 고객 잡기에 나섰다. 이들에 특화된 금융 상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고령층이 취약한 보이스피싱이나 메신저피싱에 대해 보험 혜택을 주거나 은퇴 설계 세미나를 여는 등 각종 이벤트도 활발하다. 디지털 금융 서비스 이용이 불편한 시니어 고객을 위한 전담 지원 창구도 마련하는 추세다.
◇보이스피싱 피해시 최대 1000만원 보상
하나은행은 최근 만 60세 이상 개인만 가입할 수 있는 ‘언제나 청춘 정기예금’을 내놓았다. 적게는 100만원부터 많게는 5000만원까지 납입이 가능하다. 가입기간은 1년으로 연 금리 0.9%를 제공한다. 신청 시 무료로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보이스피싱이나 메신저피싱으로 금전적 피해를 입을 경우 최대 각 1000만원을 보상받을 수 있다. 대중교통 상해사망 시에도 5000만원 한도 보상이 제공된다.
NH농협은행은 이달까지 판매 예정인 ‘NH오팔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오팔은 현재 63세인 1958년생을 뜻한다. 만 40세 이상 개인 및 개인사업자가 가입할 수 있다. 기본금리 연 0.5%에 거래 실적 등에 따라 최대 0.3%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이 밖에 국민은행 ‘KB골든라이프 연금우대 예·적금’, 신한은행 ‘주거래 미래설계 통장’ 등은 연금 수령 시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시니어 위한 ‘음성+모바일' 안내 서비스도 출시
이처럼 은행들이 시니어 특화 상품을 내놓는 이유는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들 고객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19년 15.5%를 기록해 처음으로 전체 인구의 15%를 넘어섰다. 2000년만 해도 그 비중은 7.3%에 불과했는데 20년 만에 두 배로 증가한 것이다.
각 은행이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비대면 상품 이용이 낯선 시니어 고객을 위한 지원책도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8년부터 시니어마케팅팀을 꾸려 은퇴설계 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 명동과 신촌에는 시니어 전용 센터 ‘우리은행 시니어플러스센터’를 운영해 각종 금융 교육과 은퇴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니어 PB고객들이 영업점에 방문하지 않고 비대면 자산관리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화상상담 시스템 구축을 준비 중이다”고 했다.
하나은행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이용이 어려운 시니어 고객을 위해 음성 ARS 안내와 모바일 화면을 결합한 ‘스마트 ARS’를 운영 중이다. 스마트폰 화면에 글자가 보여 음성을 듣지 않고도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시니어 고객들을 위한 모바일 뱅킹 사용설명서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배포했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발간한 ‘신한 미래설계보고서 2020’에 따르면 예·적금 상품을 비대면 채널로 관리하는 비율이 30대는 65%, 40대는 58%, 50대는 67%로 나타났다. 금융자산이 1000만원을 넘는 사무직과 공무원, 전문직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인데,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니어 고객층이 3040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80세 가입 가능, 만기 100세 상품 내놓는 보험사들
보험사들은 ’100세 시대'에 대비해 시니어 고객을 타깃으로 한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과거 보험 만기가 60~70세였다면 요즘은 100세 만기 상품도 많이 보인다. 질병으로 보험 가입이 어려운 시니어 고객을 위해 심사가 완화된 상품들도 나오고 있다.
한화생명은 가입 연령을 최대 80세까지 늘린 ‘간편가입 100세 건강보험’을 운영 중이다. 신한생명 ‘(무)참좋은시니어암보험’은 고령층이 많이 걸리는 고혈압과 당뇨는 가입 시 심사하지 않는다. 만약 고혈압·당뇨 무진단자라면 보험료 5%가 할인된다.
치매 보장 상품들도 있다. 미래에셋생명 ‘치매보험 든든한 노후’는 치매 진단 시 치료 자금을 최대 2000만원까지 지급한다. 특약 시 중증치매에 걸렸을 때 생활자금 매월 최대 100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 ABL생명 ‘(무)ABL간편가입치매보험’은 갱신 없이 최대 100세까지 치매를 단계별로 보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