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 학원가에 건물 두 채를 갖고 있는 60대 남성 A씨는 2019년부터 이른바 ‘방 쪼개기(불법 개조)’에 나섰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강남 학원에 다니려는 수험생들이 몰리자 방을 쪼개서 새로 30개의 방을 만든 것이다. 그는 임대 사업자로서 월세 소득을 세무서에 신고해야 하지만, 대부분 신고하지 않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방 쪼개기에도 빈 방이 없을 정도로 A씨가 호황을 누렸다”며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의 임대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국세청은 A씨처럼 임대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거나 양도소득세와 취득세를 적게 내기 위해 실제 거래 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분양권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부동산 관련 탈세가 의심되는 358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7일 밝혔다. 집값 폭등으로 많게는 집값의 0.9%인 중개수수료를 받아놓고 실제로는 더 낮은 금액을 신고한 공인중개사, 회삿돈을 빼돌려 소득이 없는 아내의 고가 주택 구입 자금을 댄 제조업체 사장도 국세청 조사 대상에 올랐다.

주식 정보를 개인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회원비를 받아온 사설 주식 정보업체 대표는 아내와 자녀 명의로 서울의 고가 아파트를 사들였다. 그는 전업주부인 아내와 해외 대학에 유학 중인 자녀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는 수법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조사 대상자 358명 가운데 66명은 아파트 구입 비용을 부모 등 가족에게 무상으로 증여받았지만, 증여세를 내지 않기 위해 돈을 빌린 것처럼 꾸몄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수십억원의 아파트를 구입한 20대 남성 B씨는 “아파트 매매계약과 동시에 아버지에게 전세를 줘서 받은 보증금과 아버지에게 빌린 돈으로 구입 자금을 마련했다”고 세무서에 자금 출처를 밝혔다. 하지만 국세청은 “해당 아파트에서 B씨와 아버지, 어머니가 함께 거주하고 있어 실제로는 증여를 받았고 차입 등으로 가장한 형태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한경선 국세청 조사2과장은 “조사 결과, 정상적인 가족 간 대출로 확인된 경우라 하더라도 배우자나 자녀 등 돈을 빌린 가족이 스스로 돈을 상환하는지 여부를 채무 변제 완료 때까지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