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농식품의 해외 수출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사태로 전체 수출 규모가 2년째 역성장했는데도 농식품 수출은 되레 늘어난 것이다. ‘과일 맛 라면’처럼 한국에선 상상도 하기 어려운 상품을 만들어 현지화를 시도한 노력 덕분이라는 평가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농식품 수출액은 75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다. 지난 2019년(1.4% 증가) 대비 성장세를 한껏 끌어올린 것이다. 이 같은 수출액 규모는 사상 최대치다.
김치·과일 같은 신선 농산물과 라면·고추장 같은 가공식품으로 나눠보면, 신선 농산물 수출 규모는 14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4%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공식품 수출 규모는 8.8% 급증한 61억4000만달러였다. 역대 처음으로 60억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국가(권역)별로는 미국 수출(12억1000만달러)이 38% 급증하면서 중국(11억4000만달러)을 넘어섰다. 라면·김치·쌀가공식품 등 신선·가공식품이 고르게 수출됐다. 대미국 수출이 중국을 넘어선 건 지난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수출 줄었는데 농식품은 늘어, 왜?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수출액은 5128억5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5.4% 감소했다. 지난 2019년(-10.4%)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했다. 그런데도 농식품 수출 규모는 오히려 2년 연속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철저한 현지화 노력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대표적인 우리나라 전통 식품인 김치 수출은 작년 1억4450만달러로 전년 대비 37.6% 급증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비건(채식주의자) 김치, 캔 김치를 만드는 등 현지화 노력 덕분이라는 해석이다. 라면 수출도 전년 대비 29.3% 급증해 사상 첫 6억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미국에서 랍스터 맛 라면, 과일 맛 라면을 만들어 파는 등 현지 입맛에 맞추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코로나 사태가 수출에 도움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인삼류 수출이 9.3% 늘어났다. 또 쌀 가공식품(가공밥·떡볶이·죽 등)이 가정 간편식으로 인기를 끌며 ‘집콕 시대’에 각광받았다. 대(對)미국 수출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수출이 26.7% 급증했다.
농식품부는 또 한류에 따라 한국 식(食)문화가 인기를 끌며 ‘한식을 직접 요리해보겠다’는 외국인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한국 요리에 도전하면서 고추장 수출이 35.2% 급증하는 등 장류 수출이 1000만달러에 육박하는 규모로 커졌다.
박병홍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코로나로 유통·소비 환경이 변하는 데 맞춰 비대면·온라인 마케팅으로 신속히 전환하고, 코로나 수혜 품목인 건강·발효·간편식품의 한류와 연계된 마케팅을 하면서 수출이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