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지난해 11월 28일 전북 정읍 오리 농장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한 달여 만에 전국 40개 농장으로 퍼지면서 계란과 닭고기 가격이 뛰고 있다. 정부는 2일까지 닭, 오리 등 1269만3000마리를 살처분했다.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계란 한 판(특란 30개)의 평균 소매 가격은 지난달 31일 기준 5862원으로 1년 전보다 10.2%(543원) 올랐다. 닭고기(1㎏)는 5455원으로 전년 대비 5.6%(289원) 올랐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3일 보도자료를 내고 “AI 발생에도 계란·닭고기·오리고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다”며 “가격도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계란 값 파동이 터져 미국산 계란까지 수입했던 2017년 1월의 AI 확산 상황과 비교해보면 정부 발표만 믿고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AI는 보통 겨울 철새들이 날아오는 11월부터 시작되고, 한번 발생하면 겨우내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2017년 1월과 현재의 AI 확산 상황을 비교해보면, 일단 피해 규모는 이번이 작다. 4년 전엔 1월 1일까지 305건 확진 사례가 나와 총 2997만6000마리를 살처분했다. 반면 올겨울에는 1월 1일까지 39건이 발생해 1255만5000마리를 살처분했다. 4년 전과 비교하면 확진 농가 수는 8분의 1 수준, 살처분 마릿수는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2017년엔 계란 값 파동이 일 정도로 계란이 문제였다면 올해는 닭고기 값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닭고기를 공급하는 육계의 살처분 수가 4년 전의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육계(肉鷄)와 토종닭의 살처분 수는 4년 전엔 1월 1일까지 213만 마리였는데 올겨울에는 444만 마리로 늘었다. 닭고기 가격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4년 전에는 산란용 닭을 공급하는 산란종계가 41만 마리나 살처분되는 바람에 계란 값이 급등했던 데 비해, 이번에는 육계를 공급하는 육용종계(41만5000마리 살처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4년 전에는 AI가 확산하면서 닭고기 소비 자체가 줄면서 닭 값이 떨어진 것과 달리, 이번에는 닭고기 값이 오르는 점도 심상치 않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치킨을 배달시켜 먹는 등 가정 내 닭고기 소비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계란 값은 4년 전보다는 낮아졌지만, 전년 대비로는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계란 한 판 가격은 2017년 1월 3일 8389원이었지만, 이번에는 지난달 31일 기준 5862원(전년 대비 10.2% 상승)이었다.
가금류 농장에 AI를 옮기는 주범인 야생 조류의 확진(검출) 건수가 더 늘어난 것도 변수다. 이번 겨울 야생조류 확진(검출) 건수는 48건으로 2016~2017년 당시(33건)보다 많다. 앞으로 농장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날 경기 평택의 AI 거점 소독 시설을 찾은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AI가 올 3월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철저한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야생 조류 검출 건수가 늘어난 것은 2017년보다 검사를 강화했기 때문”이라며 “2019년 이후 공급 과잉으로 살처분에도 예전보다 수급 상황은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