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34년까지 태양광 발전을 현재의 3배 이상, 풍력 발전은 14배 가까이 늘리기로 했다. 세종시만 한 도시 하나가 전부 태양광 패널로 뒤덮이고 멸종위기 야생동물 서식지까지 풍력 발전기가 들어서야 가능한 목표다. 전문가들은 “탈원전을 위해 미래 전력 수요를 턱없이 낮춰 잡은 정부가 원전 공백을 메우려 신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비현실적으로 높게 잡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28일 전력정책심의회를 개최해 이 같은 내용의 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9차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태양광 확대엔 여의도 160배 면적 필요

정부는 9차 계획에서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2034년까지 올해의 3.9배(20.1GW→77.8GW)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태양광은 3배 이상(14.3GW→45.6GW)으로, 풍력은 약 14배(1.8GW→24.9GW)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태양광과 풍력은 환경 파괴 논란 등으로 인해 확대가 쉽지 않은데 엄청나게 늘리겠다는 계획만 있고 어디에 어떻게 세우겠다는 것인지가 빠져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4인 가족 20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1MW 용량 태양광 발전소를 지으려면 1만4876㎡(약 4500평)의 부지가 필요하다. 정부 목표대로라면 2034년까지 서울시 면적(605㎢)의 77%, 여의도 면적(2.9㎢)의 160배가 넘는 땅이 필요하다. 세종특별시 전체(465㎢)를 태양광 패널로 덮어야 한다는 말이다. 풍력 발전 목표 달성에는 여의도 면적 8배의 땅이 추가로 필요하다. 정부는 삵·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종 서식지에도 풍력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국유림 관리법 시행령을 바꿔 국무회의 의결만 남겨둔 상태다. 태양광에 비해 보급 속도가 느린 풍력 확대를 위해 합법적으로 자연환경을 훼손할 수 있는 길을 튼 것이다.

◇8차 계획 태양광·풍력 보급 전망도 빗나가

풍력 발전은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인해 부지 확보가 쉽지 않다. 실제로 탈원전,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를 공식화한 8차 계획(2017년 12월 확정)도 풍력 보급 전망이 완전히 빗나갔다. 목표의 67.3%만 달성했다. 주민 반발에다 발전 원가가 비쌌기 때문이다. 태양광은 당초 정부 목표를 153% 초과 달성했다. ‘설치 후 20년간 고정 수익이 보장된다’는 기대감 덕분이었다. 하지만 공급이 폭증하면서 태양광 발전 사업자가 남동발전 등 전력발전사들에 파는 태양광 전력 판매가는 올 초 kW(킬로와트)당 128원 안팎에서 지난달 말 72.3원으로 폭락했다. 태양광 사업을 할 동기가 크게 낮아진 것이다.

설령 정부가 전 국토를 훼손하면서 목표를 이룬다 해도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태양광·풍력발전을 보완할 기저 전원이 필요하다. 탈원전을 못 박은 정부는 LNG 발전 설비를 대폭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량을 수입하는 LNG 발전 비중이 늘면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