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경영하던 국내 2위 배달 앱 ‘요기요’가 매물로 나오게 됐다. 국내 1위 배달 앱 ‘배달의 민족’(배민)까지 인수하겠다고 하는 딜리버리히어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배민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를 매각하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두 회사 모두를 인수할 경우, 국내시장의 99% 이상을 독점하게 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딜리버리히어로는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 요기요를 매각하고 배민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합치면 시장 점유율 99.2%… 경쟁자 없어”
공정위는 이날 딜리버리히어로에 대해 “배민을 인수하려면 요기요 지분을 6개월 내에 전부 매각하라”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는 작년 12월 업계 1위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88%를 40억달러(약 4조3800억원)에 인수하고 1년간 공정위 판단을 기다려왔다.
공정위는 “배민과 요기요를 합칠 경우 배달 앱 시장 점유율이 99.2%(거래 금액 기준)에 달한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두 업체를 위협할 경쟁자도 없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공정위는 “이런 상황에서 두 업체가 결합해 한 울타리로 묶일 경우 경쟁이 사라져 할인 등 소비자 혜택이 줄고 음식점이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가 인상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배민과 요기요가 상대 업체보다 점유율이 높은 지역에서 할인 프로모션을 덜 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숭규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현재 배달 앱을 쓰는 월 이용자 수는 2700만명, 배달 앱을 이용해 음식을 배달하는 식당은 35만개, 배달 라이더(배달원) 수는 12만명이나 된다”며 “이제 배달 앱이 없으면 국민의 소비 생활이나 소상공인들의 사업이 곤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을 통해 소비자의 이익과 경쟁 촉진이라는 목표를 다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배달의민족 vs 쿠팡이츠 경쟁 격화될 것”
딜리버리히어로가 요기요를 내주는 대신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결정을 수용하기로 한 것은, 배민의 한국 시장 지배력과 아시아 진출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19년 거래 금액 기준으로 배민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78%로, 요기요(19.6%)의 약 4배다. 공정위 조건대로 요기요를 적당한 가격에 팔고 배민만 인수하더라도 음식 배달 서비스업 1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앞으로 배민은 한국 시장 점유율을 더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요기요는 딜리버리히어로의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확대해 왔는데 이 자금이 이제 배민으로 흘러들어 가게 된 것이다. 업계에선 일본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30억달러 등을 투자받은 쿠팡의 쿠팡이츠와 배민 사이에 ‘쩐의 전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딜리버리히어로는 한국 시장을 수성하면서 배민의 노하우를 지렛대 삼아 아시아 시장 진출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우아한형제 김봉진 의장은 딜리버리히어로의 아시아 11국 사업을 총괄하는 조인트벤처기업의 의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업계 “요기요 매각, 쉽지 않을 것”
업계 2위 업체 요기요가 어디로 매각될지도 관심거리다. 요기요 작년 매출은 1944억원으로 배민(4905억원)의 약 40% 수준이다. 시장에선 요기요 기업 가치를 약 2조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우아한형제 지분(5.03%)을 소유하고 있는 주요주주로, 딜리버리히어로 투자 조건 중 네이버의 유사 업종 진출 제한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배달 서비스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쿠팡 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고 했다. 배달 앱 쿠팡이츠를 운용 중인 쿠팡이 거론되지만, 딜리버리히어로 측에서 향후 배민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예상되는 쿠팡에 요기요를 팔지 미지수다. 쿠팡 측도 현재 “인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사모펀드나 해외 음식 배달 서비스업체가 관심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네덜란드 테이크어웨이, 미국 도어대시 등이 공격적인 인수 합병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공정위는 딜리버리히어로에 6개월 내 요기요를 매각하라고 했다. 단기간에 2조원대 인수 대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은 사모펀드가 아니면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6개월 안에 매각이 안 되면 6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이후에도 매각이 안 되면 딜리버리히어로는 시정명령 불이행에 따른 조치로 일별로 이행 강제금을 내거나 검찰에 고발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수 합병과 관련해 벌금을 내거나 검찰에 고발된 경우는 없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