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 10만원 주면 18만원을 쓰더라”(경기도)
“아니다. 3만원 정도만 소비하고 7만원 정도는 저축하거나 빚 갚더라”(한국개발연구원)
정부와 지자체의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를 놓고 상반되는 연구 결과가 동시에 나왔다.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최고 권위의 연구기관 중 하나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다른 하나는 경기도청에서다.
공교롭게도 KDI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기획재정부의 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경기도청을 이끄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연일 페이스북 등에서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서다. 과연 누구 분석이 더 설득력 있을까.
◇소비 늘어난 몫, 그게 다 재난지원금 덕분이라는 경기도
경기도는 지난 23일 재난지원금과 카드사 소비금액 등을 분석한 결과, 재난 지원금이 약 1.85배의 소비 견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재난지원금을 10만원 꽂아주면, 그 돈을 전액 소비할 뿐만 아니라 8만원을 더 얹어서 과소비한다는 얘기다.
언뜻 보기에 잘 납득이 가지 않는 결과다. 이에 대한 경기도의 분석은 이렇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지난 2월 16일부터 4월 12일(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직전)까지 경기도의 소비 추세를 분석했더니,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655억원 줄었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 소비 심리가 잔뜩 움츠러들었던 걸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수치다.
경기도는 만약 긴급재난지원금을 나눠주지 않았다면, 이 같은 소비 심리 위축이 쭉 이어졌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런 가정대로라면 4월 12일부터 8월 9일까지 소비는 약 69조2384억원이 됐을 것이라고 경기도는 밝혔다. 그런데 실제 소비액은 약 78조7375억원으로 나왔다. 가정치 대비 9조5000억원원 정도 많았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이 같은 소비 증가분(9조원)이 모두 재난지원금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기간 정부와 경기도가 재난지원금으로 나눠준 금액은 모두 5조1190억원이다. 따라서 5조1150억원을 다 쓰고, 그 금액의 0.85배 정도의 추가 소비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도민들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 대비 1.85배의 소비 효과를 견인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KDI “자연스런 소비 회복은 무시하나”
같은날 오전 KDI는 행정안전부가 맡긴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핵심은 지난 5월 전 국민에게 나눠준 1차 재난지원금 14조2000억원 가운데 실제 소비 증가로 이어진 건 약 4조원 남짓이라는 내용이다. 30% 정도만 소비로 이어지고 나머지 70% 정도는 빚을 갚거나 저축하는 데 쓴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이다.
왜 같은날 전혀 다른 연구 결과가 나왔을까. KDI 측에 경기도 분석을 어떻게 보는지 물었더니 “전체 연구 방법론을 보지 못해 한계가 있다”면서도 세 가지 점을 지적했다.
첫째, 코로나 이후 위축된 소비가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추세가 원래 있다는 걸 무시했다는 점이다. 코로나 쇼크 초기였던 2~4월에는 소비가 당연히 위축된다. 그러나 그 후에도 소비 위축이 쭉 이어졌을 것이라는 ‘가정’은 비현실적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4월 이후 나타난 소비 회복 가운데 얼마만큼이 자연스럽게 회복된 것이고, 얼마만큼은 재난지원금 덕분인지 가려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경기도 분석에서 그런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둘째, 이연 소비(보복 소비)가 나타날 가능성도 경기도 연구에서는 반영되지 않았다. 2~4월 쓸 돈을 덜 썼다면, 5월 이후에는 오히려 미뤄뒀던 소비를 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전년 대비 늘어나는 게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런데 경기도는 늘어난 소비 모두를 재난지원금 덕분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셋째, 해외 주요 연구들과도 대비된다. 재난지원금 같은 소비 쿠폰의 소비 효과는 20~40% 정도라는 게 학계에서 공인된 연구의 공통된 결론이라는 설명이다. 10만원 쿠폰을 받아 전액 쓰더라도, 원래 현금으로 쓰려던 돈은 일부 아끼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엉뚱 분석으로 “보편지급 옳다” 주장한 이재명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여러 한계가 보이는 분석을 근거로 ‘내가 옳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는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경기도의 분석 결과는, 지역화폐로 보편지급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과 정부의 1차 재난지원금의 경제효과를 추적한 중요한 자료”라고 했다.
그러면서 “10만원 (재난지원금) 지출로 18만5000원의 소비가 이뤄졌다”면서 “전 국민에게 지역화폐로 보편지급한 1차 재난기본소득(정부+경기도)의 성공에 비해, 현금으로 선별 지급한 2차 지원이 거의 효과가 없었음이 입증됐다”고도 했다.
이 같은 주장 역시 KDI 연구 결과를 보면 설득력이 낮은 주장으로 보인다. KDI 연구에서는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여행사·사우나·식당·미용실 같은 서비스업은 ‘재난지원금 특수’를 못 누렸던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 감염을 우려한 소비자가 이용을 꺼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KDI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전 가구의 소득을 늘려주는 것만으로는 대면 서비스업의 매출을 늘려주는 것이 한계가 있다”며 “피해업종 종사자에 대한 직접 소득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