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부천원미경찰서는 300차례 이상 고의적으로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낸 A(21)씨 등 일당 36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한 차에 3~5명이 함께 탄 상태에서 진로 변경 등 교통법규를 위반한 차량을 노려 고의로 충돌하는 수법을 썼다. 유흥가에서 음주 의심 차량을 기다렸다가 사고를 내기도 했다. 보험사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A씨가 무등록 대출 사무실을 개설한 후 매입한 고급 중고 수입차 7대를 이용하다가 나중에는 렌터카까지 동원했다. 이런 방식으로 타낸 보험금만 10억원이 넘었다. 검거된 일당은 총책인 A씨를 포함해 모두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 가담자들은 ‘차에 타고 있다가 병원에 하루 이틀 입원해 있으면 용돈을 벌 수 있다’는 등의 말에 현혹된 학생이나 무직자들이 많았다”며 “최근 SNS 등을 통해 아르바이트 형태로 공범을 모집해 무직자·학생 등이 가담하는 보험사기가 심각하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4526억원으로 전년 동기(4134억원) 대비 9.5% 늘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22일 밝혔다. 적발 인원도 4만7414명으로 10% 증가해 사상 최대였다. 특히 무직‧일용직, 요식업 종사자, 학생 등이 가담한 생계형 보험사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20대, 무직·일용직 사기 급증
올해 상반기 보험 사기 적발자의 직업은 회사원이 18.5%로 가장 많았고, 무직·일용직(10.4%), 전업주부(10.4%) 순으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보험설계사, 의료인, 자동차정비업자 등 관련 전문 종사자의 보험사기는 감소한 반면 무직·일용직은 전년 동기 대비 11.9% 늘었다. 특히 요식업 종사자가 전년 동기 대비 137%나 늘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요식업계 종사자 수가 늘어나 모집단이 커진 데다, 코로나 사태 여파로 생계가 어려워진 요식업 종사자들이 보험 사기에 가담하는 사례도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연령별로는 40∼50대 중년층이 44.2%로 가장 많았지만, 10∼20대 청년 보험사기가 작년 상반기 6619건에서 8494 건으로 28.3% 급증했다. 60대 이상 고령층의 보험사기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탓에 허위 입원은 줄고, 병원 과장 청구는 늘어
B안과의원은 백내장 검사를 위해 내원한 환자(보험가입자)와 공모해 보험금을 빼먹었다가 적발됐다. 이 병원은 백내장수술을 위한 사전검사(외래)를 하면서 수술 당일(입원) 검사한 것처럼 위조 영수증을 발급했다. 이런 수법으로 9개의 보험사로부터 약 36억7000만원의 실손보험금을 받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입원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면서 허위 입원은 30.3% 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보험금을 받아내기 쉬운 허위장해와 허위진단 등 단발성 보험사기는 각각 51%, 30.5% 늘어났다. 특히 병원이 보험금을 과장 청구한 경우가 431.6% 급증했고, 정비공장의 과장 청구도 92.4%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이 일생생활과 밀접히 관련돼있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보험사기에 연루될 수 있다”며 “병원에서 허위‧과다 진료를 유도하는 행위가 성행하는 것으로 보여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손해보험 사기 증가, 생명 보험 사기는 감소
보험 종목별로는 손해보험을 이용한 보험사기가 92.3%를 차지했고, 생명보험의 경우 7.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반면, 생명 보험은 13.5% 감소했다. 손해보험 중에서도 상해·질병 등 장기손해보험이 12.9%, 자동차 보험이 6.4% 증가했다. 변혜원 보험연구원 박사는 “보험 금액이 크고 생명이 오가는 생명보험에 비해 손해보험은 가볍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 같다”며 “소액이라도 사고 내용을 조작·변경하면 보험사기에 해당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