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내년 2분기까지는 라임·옵티머스 등 주요 사모펀드 판매사에 대한 제재 일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또 불량 펀드에 투자했다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절차(분쟁조정)도 끝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구상대로면 윤석헌 금감원장이 임기(내년 5월)를 마치기 전에 사모펀드 사태 뒷수습이 마무리되는 셈이다. 사모펀드 사태를 ‘금융 소비자 보호'라는 원장 성향에 맞게 정리할 수 있는 것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연합뉴스

◇'손실 추정액' 근거로 내년 상반기까지 분쟁조정 마무리

금감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라임·옵티머스·독일 헤리티지·디스커버리·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등 주요 사모펀드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분쟁조정)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들 사모펀드는 펀드가 청산되지 않았고 손해도 미확정 상태다. 보통 금감원 분쟁 조정 절차는 손해액이 확정된 다음에 시작된다. 얼마를 손해 봤는지 알아야, 그걸 기준으로 배상 규모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펀드 손해액이 확정되는 데까지는 수년씩 걸린다. 그때까지 투자금이 묶이는 피해자들 속이 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금감원은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추정 손해액’을 근거로 배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건은 ①운용사·판매사를 검사해 금융사 책임을 어느 정도 물을 수 있는지 확인됐고 ②펀드 자산에 대한 실사 작업이 끝나 손해 규모를 추정할 수 있으며 ③펀드 판매 금융사가 ‘추정 손해액 기준의 분쟁 조정’에 합의하는 경우 등이다.

이런 경우에는 추정 손해액을 기준으로 금융사가 투자자에게 배상하고, 나중에 펀드 정리 시 최종 손실 확정액에 따라 사후에 정산하는 방식을 쓰기로 했다. 당초 예상보다 손해액이 크면 금융사가 추가로 고객에게 배상하고, 손해가 덜 나면 투자자가 앞서 받았던 배상금 일부를 금융사에 돌려주는 식이다.

금감원은 이런 방식을 활용해 이달 내에 KB증권과 라임 펀드 관련 분쟁조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사후정산’ 방식으로 분쟁조정을 하는 데 동의했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라임 판매사(우리·신한·기업·산업·부산·하나은행, 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 등도 내년 상반기 중에 이런 방식을 쓰도록 설득하겠다는 계획이다.

독일 헤리티지 펀드(신한금투), 디스커버리 펀드(기업·하나은행),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하나은행)도 내년 상반기 내에 분쟁조정을 하겠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원금 대부분이 손실 볼 것으로 추정되는 옵티머스 펀드에 대해서 금감원은 ‘계약 취소’ 가능성에 대한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계약 취소는 말 그대로 투자 계약이 무효라는 뜻이다. 그러면 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가 투자금 전액을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앞서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자에게 원금 전액을 반환해주라고 결정한 바 있다. 금감원은 “법률 검토 및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년 1분기 중 분쟁조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라임·옵티머스 판매사 제재도 내년 상반기까지

금감원은 또 주요 사모펀드를 판매하면서 불완전 판매 등을 저지른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에도 속도를 붙이겠다고 밝혔다. 현재 금융 당국은 라임 펀드 판매 증권사 3곳(신한금투·대신·KB증권)에 대한 제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들 증권사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를 중징계하고, 사모펀드 판매 등 일부 업무를 정지하거나 일부 점포를 폐쇄하라는 강도 높은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현재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제재 수위가 논의 중이다.

금감원은 라임 펀드를 판매한 은행들(우리·신한·기업·산업·부산·하나은행)에 대한 제재심은 내년 1~3월 중 열기로 했다. 또 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한 NH투자증권은 내년 2월, 디스커버리 펀드를 판매한 기업은행은 내년 1월 제재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디스커버리·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를 판매한 하나은행은 내년 2분기 제재심에 오른다. 또 독일 헤리티지 펀드와 관련해서 내년 2분기 중 또 한 차례 제재받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헌 임기 내에 끝내려고?

금감원은 이날 이런 내용을 담은 자료를 ‘보도참고자료’ 형식으로 배포했다. 당초 예정에 없었던 자료다. 금감원 관계자는 “윤석헌 원장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오해가 많은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지시해 향후 일정을 정리한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최근까지도 옵티머스 펀드에 대한 분쟁조정 등에 대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이야기해왔다. 그런데 내년 상반기 중으로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된 대부분의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현재 금감원이 밝힌 구상대로면 윤석헌 원장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쯤이면 대부분 사안이 정리된다. 이를 놓고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강조해온 윤 원장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자기 뜻대로 현안을 정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