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공정 임대료’ 발언과 동시에 여당에서 내놓은 소위 ‘임대료 멈춤법’에 대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찬성·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쪽은 ‘소상공인에게만 쏠린 부담을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은 ‘정부가 근본 대책 없이 애꿎은 임대인·임차인만 편가르기 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문 대통령은 14일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매출 급감에 임대료 부담까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일인지에 대한 물음이 매우 뼈아프게 들린다”고 했고, 같은 날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대료 멈춤법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코로나로 영업 제한 시, 임대인은 집합금지 업종에 임대료를 청구할 수 없고 집합제한 업종에는 2분의 1 이상 청구하지 못한다는 것이 골자다.
◇자영업자들 갑론을박
15일 회원 수 60만의 자영업자 인터넷 카페에서도 ‘임대료 멈춤법’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법안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반대 의견 역시 만만치 않았다. 반대 의견을 낸 자영업자들은 “임대업자도 개인사업자인데 점점 공산주의가 되어간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모른 채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수준의 정책”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한 자영업자는 “진짜 갑(甲)인 나라는 뒤로 빠져 있고 을(乙)인 임대인, 정(丁)인 임차인의 갈등만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반면 김임용 소상공인연합회장 직무대행은 “소상공인의 부담 중에 임차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며 “임대인·임차인 간 편가르기라는 시각보다는 상생의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예컨대 정부가 임대인에 대한 세금 감면을 해주는 등 어떤 방법으로 구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임대인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2년 전 은행에서 6억원을 빌려 건물을 짓고 임대업을 하고 있다는 박모(46)씨는 “매월 꼬박꼬박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고 있고, 코로나로 어려운 임차인 사정 감안해 두세 달 연체도 눈감아주고 있다”며 “정부가 세금은 몇 배씩 올려 받을 것 다 받으면서 이젠 영업 중지 책임까지 우리한테 떠넘기느냐”고 했다.
현재 정부는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해주는 경우 인하액의 50%를 세액 공제해주는 ‘착한 임대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캠페인을 넘어 법으로 강제하려는 시도에, 전문가들은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연구위원은 “임대료 문제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이 아니라 정부가 세금 감면 등 직접적인 자금 지원으로 풀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순간순간 즉흥적인 아이디어로 정책을 내놓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공과금 유예가 아닌 실질적 감면, 일시적인 부가세 완화(10%→5%) 등 종합적인 지원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끊임없는 ‘약자-강자 프레임’
경제적 지원책 성격의 ‘임대료 멈춤법’에 일부 소상공인이 반기를 든 것은, 정부가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을 촉발한 주택임대차법 개정 때처럼 ‘약자-강자’의 이분법적 논리를 앞세워 위기 상황만 넘기려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지난 8월 정부는 방역 차원에서 카페 영업을 제한할 때도 ‘프랜차이즈 카페’는 포장·배달만 되고 ‘개인 카페’는 실내 영업까지 허용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 가맹비를 내고 카페를 운영하는 이들도 영세 자영업자인데, 매장 면적 같은 합리적 기준이 아니라 개인 카페는 약자, 프랜차이즈 카페는 강자라는 식의 단순 논리로 불이익을 준 것이다. 비판이 일자 정부는 지난달 뒤늦게 모든 카페의 영업을 제한하는 쪽으로 지침을 바꿨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14일 페이스북에 “은퇴 후 작은 가게 하나에서 나오는 임대료로 먹고사는 노인이 서울 시내 여러 가게 운영하는 사업가보다 경제적 강자라는 보장이 있느냐. 임차인과 임대인이 어느 쪽이 약자이고 강자라는 보장이 있는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