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부터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며 중학교 1학년(만 13세) 이상이면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다. 자전거도로도 달릴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동킥보드 보험’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일까. 보험연구원은 독일·프랑스·일본·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전동킥보드를 타려면 자동차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하는 규제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동킥보드 운전자의 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1일 광주 동구 서석동 한 대학가에서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이 횡단보도를 주행하고 있다. /뉴시스

◇보험연구원 “독일·프랑스·일본·영국, 전동 킥보드 보험 가입 의무화”

13일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쓴 ‘주요국 전동킥보드 보험제도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 중에서는 전동킥보드 보유자의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사례가 많다.

독일은 지난 2019년 6월 전동킥보드 관련 특별법을 만들고, 자동차보험 가입 의무를 명확히 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에 가입했다는 증명 스티커를 붙여야만 전동킥보드 운행이 가능하다.

프랑스는 기존 보험법 규정 해석상 전동킥보드도 자동차보험 의무가입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독일과 달리 보험 가입 의무를 별도로 명시하진 않았으나, 자동차보험 의무가입 대상인 ‘자동차’에 전동킥보드도 포함된다고 본 것이다.

영국은 전동킥보드 운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다 지난 6월부터 시험운행을 허용했다. 전동킥보드에 대해서도 안전기준, 등록, 보험 등 자동차 관련 각종 규제가 적용된다는 전제에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전동킥보드는 도로 운행이 금지된다. 자동차보험에도 의무 가입해야 한다.

일본도 원칙적으로 전동킥보드에 대해 자동차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한다. 현행 규정상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되며, 전동킥보드 운전 시 운전면허가 필요하고 차도로 운행해야 하며 자동차보험에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다만 미국은 조금 다르다. 각 주(州) 및 도시별로 규제가 상이하다. 다만 대체로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에선 보험 사각지대

주요국에서는 이처럼 전동킥보드 운전자의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전동킥보드 운전에 따른 사고가 그만큼 잦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전동킥보드 관련 사망사고는 2건 터졌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접수사고 건수가 2017년 117건에서 2019년 447건으로 늘었다.

그러나 안전 규제는 되레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금은 전동 킥보드가 ‘소형 오토바이’와 유사한 취급을 받지만, 지난 10일부터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면서 전동 킥보드는 자전거와 유사한 취급을 받게 됐다. 원동기 면허증 없이도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자전거 도로도 달릴 수 있다. 헬멧 등 안전장비 착용 의무는 있지만 벌칙 조항은 없다. 전동 킥보드 사고로 인한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 측면에서는 여전히 ‘보장 사각지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시중에 나온 전동 킥보드 보험은 매우 드물다. 그나마 나온 것도 대부분 공유 킥보드 업체가 업체 차원에서 가입하는 보험이다. 개인이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은 지난달 DB손해보험이 최초로 내놓았다. 그나마도 운전자보험이라, 운행 중 사고에 대해 피해자 본인 피해를 보장하는 내용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문제 때문에 ‘묘수’를 쥐어 짜냈다. 전동 킥보드에 치여 다쳤는데 가해자가 보상을 거부할 경우 본인이나 가족 명의로 가입한 자동차보험에서 치료비(보험금)를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자동차보험에는 자동차보험 가입자 또는 가입자 가족이 보행 도중에 무보험 자동차에 상해 피해를 당하면 보상해주는 ‘무보험 자동차 상해’ 담보가 있다. 전동 킥보드 사고 시 일단 자동차 보험사가 치료비를 내주고, 이후 가해자에게 구상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보장 사각지대를 좁히긴 했지만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다.

◇”전동킥보드 보험 만들어 의무가입 시켜야”

현재 국회에서는 공유 전동 킥보드 업체의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동시에 개인 차원에서도 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현아 연구위원은 “전동킥보드는 자전거보다 교통수단으로서의 활용도가 높고, 보행자 사고 위험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동킥보드 보험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전동킥보드 사용자가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교통 참여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전동킥보드의) 인도 주행이 금지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상당수의 전동킥보드가 인도를 주행하고 있어 사고 발생 시 피해자가 보행자인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처럼 면허가 필요한 것도 아니라, 의무보험으로 규정한다고 강제할 방안이 마땅치 않은 건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