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일감 몰아주기(사익 편취) 규제를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규제를 받는 회사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계열사 간 정상적인 거래까지 위축되면서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회사의 수는 현재 210개에서 598개로 388개 더 늘어난다. 현대글로비스(현대차), LG(LG), KCC건설·코리아오토글라스(KCC), 태영건설(태영) 등의 회사가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공정거래법은 공시 대상 기업집단(대기업) 소속 회사가 총수 일가 지분이 일정 비율 이상인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 법 개정으로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의 기준이 상장사인 경우에도 총수 일가 지분율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확대되고,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계열사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까지 규제 대상이 되면서 규제 대상 기업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재계에서는 계열사 간 거래에는 수직 계열화를 통한 효율성 제고나 거래 안정성 확보 등 긍정적 효과도 있는데, 규제 강화로 계열사 간 거래가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전까지는 공정위도 무턱대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만 강화하는 것에 대해 반대해왔다. 2016년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을 강화하자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제출한 검토 의견에서 “현행 기준도 국회·경제계·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기준을 지나치게 강화하면 일감 몰아주기 개연성이 낮은 기업까지 규제하게 되어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했었다.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 의무 지분율이 각각 10%포인트씩 상향된 것에 대해서도 “기존 정부 정책의 방향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가 소유·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해 대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해왔는데, 의무 지분율을 높이면 지주회사 전환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나 전환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방해하는 측면도 있다. 허정 서강대 교수는 “요즘 대기업들은 과거처럼 문어발식 확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외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업체들을 인수·합병하면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의무 지분율을 상향하면 이러한 방식의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