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경기 순환주

이달 말부터 미국·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는 소식에 전 세계 주가가 거침 없이 오르고 있다. 전 세계 주요 기업 3100개의 주가를 지수화한 ‘FTSE 전세계 지수’는 지난달에만 12% 올랐다. 월간 수익률 기준 1994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특히 지난달엔 그동안 주가 상승이 더뎠던 경기 순환주가, 올해 주가가 크게 오른 성장주 주가보다 2~3배 넘게 더 많이 상승했다. 경기 순환주의 귀환을 기대해도 되는 때일까.

경기 순환주 지난달 20~30% 올라... 동 가격도 7년 만에 최고치

경기 순환주란 실물 경기에 실적이 큰 영향을 받는 기업의 주식을 말한다. 에너지, 금융, 식·음료, 오프라인 유통, 여행, 엔터테인먼트 등의 업종에 속한 기업 주식이 경기 순환주로 여겨진다. 예컨대 셰브론·신세계·JP모건·포스코·힐튼호텔 등이 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실물 경기가 회복해 관련 기업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들 주가는 오르는 중이다. 대부분이 지금도 연초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지만, 지난달엔 반등해 20~30%씩 올랐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힐튼 호텔.

이를 두고 일부 투자자들은 주식 시장의 주도주가 테슬라, 애플과 같은 성장주에서 경기 순환주로 옮아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펀드 평가사 모닝스타의 댄 레프코비츠 연구원은 Mint 인터뷰에서 “주식 시장의 주도주가 바뀌는 변곡점에선 주가가 드라마틱하게 요동친다”며 “2016년 미국 대선 직후엔 경기 순환주가 투자자들 예상보다 더 많이 급등한 적이 있고, 코로나 팬데믹 위기가 고조되던 2020년 3월 초엔 경기 순환주가 갑작스레 급락했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백신 접종 개시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테크 주식의 투자 비중을 조금씩 줄이는 한편, 에너지·금융 등 경제 회복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기업에 돈이 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3분기 기업 실적과 하반기 경기 지표가 예상을 웃도는 호조세를 보이는 점도 경기 순환주에 돈이 몰리는 배경이다. 데이터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기업 중 86%가 전문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 기업들의 전체 수익은 1년 전보다 9.8% 감소했으나, 감소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아 주가가 오른다. 유럽 기업은 약 60%가 당초 전망보다 좋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 지표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아직 대부분 국가의 거시 경제 지표가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코로나 종식을 선언한 중국은 소비와 생산 지표 모두 정상 궤도에 복귀했다. 지난 10월 중국의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고, 산업생산도 6.9% 늘었다.

솔리타 마르셀리 UBS 글로벌웰스투자책임자는 “경기 회복이 시야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주가 상승이 더뎠던 경기 순환주도 주가 상승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새 대통령인 민주당의 조 바이든이 내년 초 취임하고 의회는 공화당이 우세인 정치적 균형이 잡히면 외교 정책은 안정적이고 조세 정책도 큰 변화가 생기기 어렵다. 기업 실적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경기 순환주의 부활 신호는 원자재 시장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3월 톤당 3000달러대까지 추락했던 구리 가격은 최근 7800달러까지 올랐다 (런던금속거래시장 기준). 7년 만에 최고치다. 전 세계 주요국 공장이 다시 활발히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산업 자재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소비 회복 기대감에 농산물 가격도 오르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대두 1월물은 지난 달 말 부셸당 1194달러로, 약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중내내 800~900달러선에서 거래되다가 최근 30~40% 오른 것이다

최근 6개월간 금과 동 가격 추이

반면, 안전자산인 금의 가격은 올여름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했다가 최근 1700달러 선으로 주저앉았다. 금값은 보통 경기가 꺾여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가 많아지면 가격이 치솟는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3개월 만에 10% 가까이 하락했다.

“포스트 코로나 투자 방식 바뀐다... 경기순환주도 옥석 가려야”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과거처럼 경기 순환주가 쉽게 부활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경제 매체 CNBC의 간판 호스트인 짐 크레이머는 지난달 30일 “원유, 제조 등 경기 순환주가 부활할 것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정말 지긋지긋하다”며 “조금이라도 더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에 돈이 몰려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마저도 주가 상승이 더딘 마당에 ‘굴뚝 산업’에 돈이 몰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 경제에 남긴 후유증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연구원은 Mint에 “백신 출시는 긍정적이지만, 아직도 굉장히 많은 사람이 실업 상태이고 특히 자영업이 생사 기로에 서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경기 회복 속도가 주식시장의 기대보다 빠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순환주에 투자하더라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레프코비츠 연구원은 “경기 순환주 중에서도 단순히 경기 위축 때문에 실적이 줄었는지, 장기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었는지 구분을 해야 한다”며 “예컨대 호텔·엔터테인먼트·항공 등은 경제가 정상화되면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유통업·에너지 등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뉴노멀 환경에서 다른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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