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전세자금대출이 23조원가량 급증해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전세대출이 20조원 넘게 증가한 것도, 잔액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갭투자(전세 끼고 아파트 구입)’를 막겠다며 전세대출에 각종 규제를 도입했지만, 전셋값이 급등하며 증가세를 못 막고 있는 것이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1월 말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03조3392억원에 달한다. 작년 말보다 22조8860억원 증가했다.

앞서 정부는 전세대출이 급증하는 원인으로 갭투자를 지목했다. 남의 집에 전세 들어가면서 전세대출을 받고, 이 돈으로 다른 집을 전세 끼고 사두는 식의 투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년 말부터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의 전세대출을 막고, 전세대출 후 시가 9억원 넘는 집을 사면 전세대출을 회수하는 규제에 들어갔다. 올해 7월 들어서는 전세대출 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 있는 3억원 넘는 아파트를 사면 대출금을 즉시 갚도록 했다.

그러나 이런 규제 이후에도 전세대출은 빠르게 늘어났다. 5~6월에는 전월 대비 증가 규모가 1조원대였으나, 7월 이후에는 넉 달 연속 2조원 이상 늘어났다. 7월부터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전셋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이 막히면서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전세살이를 택한 사람이 늘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11월에는 전세대출 증가 폭(1조6564억원)이 다시 1조원대로 돌아오는 등 다소 진정되는 모양새다. 은행들이 일부 전세대출 상품을 중단하는 등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