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주도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이 추진되는 가운데, 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국민 혈세 8000억원으로 근거 없는 졸속 합병”이라면서 “배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래픽=백형선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30일 “산은이 개입한 두 회사 인수합병 방식에는 각종 재벌 특혜 등으로 볼 수 있는 많은 문제점과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산적해 있다”면서 산은에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투자계약 관련 질의서’를 보냈다.

참여연대는 산은 수장인 이동걸 회장을 정면 겨냥했다. 이 회장은 지난 19일 간담회에서 “이대로 가면 공멸”이라고 말했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선 “딜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 파산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항공산업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다양한 문제해결 방법을 부정하고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점에서 국책은행장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988년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복수 민항 체제를 시작한 이후 32년이 흐른 지금, 2개월 만에 어떠한 논의도, 합의도 없이 오로지 산은의 결정만으로 두 회사의 합병이 당연하다는 듯이 결정됐다”면서 “실현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보이지도 않는 안갯속에서 국민 혈세부터 집어넣겠다는 졸속 합병을 결코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고 했다.

◇참여연대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박삼구·조원태에 특혜”

참여연대는 이번 합병에 대해 “(피인수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의 모(母)그룹인 금호그룹의 부실 경영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아시아나는 코로나 위기 전부터 경영난에 시달려 왔고,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산은의 정책 자금을 지원받은 바 있다.

보통 부실기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할 때는 차등 감자(減資)를 통해 종전 경영진 지분을 줄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아시아나는 지난 11월 대주주와 소액주주 지분을 균등하게 줄이는 ‘균등 감자’를 실시했다. 참여연대는 “아시아나 주식을 균등 감자한 뒤 대한항공이 인수하게 할 경우, 종전 부실 경영자인 금호산업과 박삼구 회장 측은 수백억원의 인수대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서 “이는 공정함과는 거리가 먼 처사”라고 했다.

참여연대는 또 한진칼 경영권을 놓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KCGI(강성부 펀드)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취득하는 건 조 회장 측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산은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는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출자를 한다면, 조원태 회장 측은 사실상 국책은행의 우호지분을 10% 확보하는 셈”이라면서 “만에 하나 한진칼과의 투자 합의 와중에 조 회장과 어떠한 이면계약이 있었다면 이를 투명하게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산은은 “한진칼 부실 경영 시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진칼에 이른바 ‘7대 요구사항’을 내걸었다는 것이다. 만약 ‘갑질 재발’ 등이 있으면 경영진을 물러나게 하겠다는 등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산은이 한진칼 경영을 견제·감시하는 방안을) 어떻게 실행하고 담보할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면서 “의무조항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하는 참여연대의 질의서 전문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투자계약 관련 질의서

산업은행은 향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합병 시 박삼구 회장 등 기존 경영진의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시 박삼구 회장 등의 주식을 소각할 의향이 있습니까?

산업은행은 지금이라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에 대해 면밀한 실사를 진행한 뒤 한진칼 유상증자 참여 여부를 결정할 의향이 있습니까?

산업은행은 만에 하나 한진칼과의 투자 합의 와중에 조원태 한진 회장과 어떠한 이면계약이 있었다면 이를 투명하게 공개할 의향이 있습니까?

산업은행은 한진칼이 2020년 11월 16일 ‘항공산업 구조개편 추진 등을 위한 투자합의서 체결’ 공시에서 밝힌 7가지 의무 조항의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밝힐 계획이 있습니까?

산업은행은 한국 및 세계 각국 공정위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심사 기간 동안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혹시 모를 기업결합 부결 시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산업은행은 HDC산업개발 컨소시엄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타진 당시까지만 해도 아시아나항공이 회생가능한 기업이라고 여기고 기간산업안정기금 2.4조 원을 투입했습니다. 그러다가 인수가 불발되자 2개월 여 만에 아시아나항공은 회생불가능한 기업임을 전제로 대한항공이 이를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급격한 관점 변화의 이유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산업은행의 본래의 역할은 국내 산업·기업의 체질 및 기업 구조조정 추진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하여 주도적인 역할을 맡으면서, 관련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토교통부와는 어떠한 교감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유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초대형 국적항공사 두 개가 합쳐진다면 이로 인해 중복 필수인력만 800~1,000명이며, 두 항공사 및 이에 딸린 저가항공사(LCC)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62.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업은행은 한진그룹에서 이와 관련해 제대로 된 고용 및 소비자 보호 대책을 보고받은 적이 있습니까? 있다면 상세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