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일 뿐이라고요? 저는 정말 만들 겁니다.”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세계 최대 IT 박람회)에서 현대차는 ‘걸어 다니는 자동차’인 ‘엘리베이트’ 모형을 공개했다. 당시 실리콘밸리에서 선행연구·스타트업 발굴 역할을 하는 ‘현대 크래들’ 소장이던 존 서 현대차 상무의 작품이었다. 비록 모형이지만, 그동안 그 어떤 자동차 업체도 시도해본 적 없는 걸어 다니는 자동차가 무대에 등장하자, 관중들은 탄성을 질렀다. 그러나 한편에선 “결국 아이디어로 끝날 것”, “현대차가 돈도 안 되는 저런 차를 굳이 만들겠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그런데 서 상무는 이 ‘엘리베이트’를 진짜 만들기 위해 최근 현대 크래들에서 일부 조직을 분리했다. ‘현대 뉴 호라이즌스 스튜디오’ 소장을 맡은 것이다. 이곳의 공식 역할은 ‘미래 모빌리티 연구’지만, 현재 거의 모든 에너지를 ‘엘리베이트’ 연구에 쏟아붓고 있다. 최근 본지와 화상 인터뷰를 가진 서 상무는 “아직 기술적 난제가 많긴 하지만, 5년 내에 고도화된 시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했다.
이런 차가 왜 필요한지 묻자 “지진 같은 극한 재해 현장에 사람을 구조하러 보낼 수 있고, 장애인을 태우러 계단을 올라갈 수도 있다”며 “눈길이나 진흙 등 차가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서 걸어 나와 달릴 수 있으며, 화성 등 우주 탐사에도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엘리베이트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제안이었어요.” 정 회장이 2011년 로봇 공학자인 존 서 상무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걸 해봐라. 로봇과 자동차를 결합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존 서 상무는 그 말을 잊고 있었지만, 4년 뒤인 2015년 정 회장이 “로봇과 자동차의 결합”을 또다시 얘기하면서 본격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는 “뉴 호라이즌스 스튜디오 직원은 4명이지만, 소프트웨어 기업 ‘오토데스크’ 팀과의 협업이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인공지능 기반의 설계 기술로 매우 효율적으로 개발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덧붙였다. 오토캐드로 유명한 미국의 오토데스크는 AI 기반의 설계 기술인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을 뉴 호라이즌스 스튜디오에 제공하고 있다. 이 기술은 사용자가 입력하는 설계 조건(강도, 무게, 소재, 제조 방식 등)에 맞춰 수백, 수천 개에 달하는 다양한 설계 옵션을 제시해준다. 엘리베이트 콘셉트카는 로봇 다리에 고성능 전기 모터를 장착해야 했는데, 보행에 무리가 없도록 강성도 높으면서 가벼워야 했다.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은 강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부품에 구멍을 뚫는 디자인을 제안해 경량화를 구현했다. 존 서 상무는 “정 회장의 전폭 지원과 혁신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