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집 살 건데 규제가 강화되면 신용대출 만기 연장을 못하게 되나요?” “지금이라도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야 하나요?”
16일 시중은행에는 고객들의 이런 질문이 이어졌다. 지난 13일 금융위원회가 이른바 ‘영끌 금지령’을 발표하면서, 내 집 마련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하는 직장인들의 문의가 쏟아진 것이다. 정부는 신용대출로 1억원 넘게 빌린 뒤 1년 내 규제 지역에서 집을 사면 대출을 회수하고, 연봉 8000만원 넘는 사람이 1억원 넘게 신용대출을 내면 개인 단위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 같은 규제는 오는 30일부터 시행된다. 은행들에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해봤다.
-규제 시행(30일) 전 신용대출을 1억5000만원 받았다. 규제 시행 이후 만기를 연장하고, 집을 사면 대출이 회수되나.
“그렇지 않다. 이번 규제는 오는 30일 이후 새로 1억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는 경우 등에 적용된다. 규제 시행 이전에 받은 신용대출은 상관없다. 만기 연장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존 대출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기존 신용대출의 기한을 연장하는 경우, 금리·만기 조건만 변경되는 재약정 등은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대출을 증액하면 ‘신규 대출’로 분류돼 대출 규제가 적용된다.”
-규제 시행 전 신용대출을 8000만원 받았다. 오는 30일 이후 5000만원을 더 빌린 뒤, 1년 이내에 집을 사면 대출이 회수되나.
“그렇다. 오는 30일 이후 신규 신용대출이 있고, 대출 총액이 1억원을 넘기면 규제 적용 대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신용대출 총액인 1억3000만원 모두 회수되는 건 아니다. 규제 시행 이후 새로 빌린 5000만원만 회수 대상이다.”
-규제 시행 후 한도가 1억5000만원인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실제 쓰고 있는 건 1000만원인데, 그래도 집을 사면 대출금을 갚아야 하나.
“그렇다. 마이너스 통장(한도 대출)은 실제 사용한 금액이 아니라, 금융회사와 약정 당시 설정한 한도 금액 전체를 대출 총액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 쓰든, 1억5000만원의 신규 신용대출을 받았다고 본다는 얘기다. 집을 사면 1000만원을 즉시 갚아야 하고, 1억50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도 못 쓰게 된다.”
-규제 시행 전 한도가 1억5000만원인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규제 시행 후 1억1000만원을 꺼내 쓴 뒤 집을 사면 대출금이 회수되나.
“그렇지 않다. 이번 규제에서 마이너스 통장은 실제 사용한 금액이 아니라, 처음 설정한 한도 금액만큼 대출한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규제 시행 전 한도가 1억5000만원인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면, 실제 쓴 금액과 관계없이 대출 시행 이전에 1억5000만원을 빌린 걸로 본다. 규제 시행 후 얼마를 꺼내쓰는지는 관계없다.”
-규제 시행 후 남편이 1억2000만원, 아내가 90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다. 이후 아내 명의로 집을 산 경우, 대출금이 회수되나.
“그렇지 않다. 이번 규제는 ‘가구’ 단위가 아닌 ‘개인’ 단위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집을 산 명의자(아내)는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안 넘었으므로 규제 적용 대상이 안 된다. 신용대출 1억원을 넘은 남편은 차주 단위 DSR 규제 등을 적용받을 수 있지만 대출금을 회수당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규제 사각지대’라는 말도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신용대출을 받을 때 가족 관계 등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집을 산 다음에 신용대출을 1억원 넘게 내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나.
“일단 대출금 회수 걱정은 덜어둬도 된다. 1억원 넘는 신용대출 이후 집을 산다면 대출금이 회수되지만, 집을 산 이후에 신용대출을 받는다고 회수하진 않는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주택 구매와 무관한 부모 등 명의로 신용대출을 내 사적으로 빌리고, 집을 산 다음에 신용대출을 일으켜 되갚는 식의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본인의 연 소득이 8000만원이 넘는데 신용대출을 1억원 이상 내려고 하면 차주(借主ㆍ돈 빌린 개인) 단위 DSR 규제에 걸린다. 이 경우 신용대출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등 다른 대출을 합쳐 DSR을 계산하기 때문에 신용대출 한도가 예상만큼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또 주담대 후 3개월 내에 신용대출을 받으면, 주담대 규제 회피 목적으로 간주될 소지도 있다.”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데도 이번 규제가 영향을 미치나.
“그렇지 않다. 우선 대출금 회수 규제는 주택 구입 시에만 적용된다. 또 DSR은 원래 연 소득 대비 ‘모든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을 뜻하지만, 현재 전세자금대출은 ‘모든 가계부채’에 포함되지 않는다. 주로 서민층이 이용한다는 점 등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고액 신용대출을 받았다고 전세자금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일은 없다. 다만 금융위는 DSR 계산 시 전세자금대출도 포함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그러면 신용 대출 규모에 따라 전세자금대출 한도도 줄어들 수 있다.”
-이번 규제는 주로 소득이 많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중·저소득자는 아무 영향이 없나.
“꼭 그렇지는 않다. 우선 정부는 은행별로 신용대출 관리 목표를 세우게끔 하고 매월 점검하기로 했다. 신용대출 증가 규모를 월 2조원 안팎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신용대출 증가 규모는 3조9000억원이었다. 또 전체 대출에서 DSR 70% 이상, 90% 이상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도록 하기로 했다. 현재는 각각 15%, 10% 이내로 관리하면 되지만 앞으로는 전체 5%, 3% 이내로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저소득자 가운데 소득 대비 부채가 많은 이들 위주로 대출길이 막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