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화솔루션의 한익스프레스 부당지원에 관한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솔루션이 물류회사 한익스프레스에 일감을 몰아줘 부당지원을 했다며 2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한익스프레스는 2009년 5월까지 한화그룹의 위장계열사였다가, 이후 한화 김승연 회장의 친누나 김영혜씨 일가에게 넘어갔다. 2018년 12월 기준 김영혜씨와 아들 등 가족이 이 회사 지분 51.97%를 소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8일 한화솔루션과 한익스프레스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229억원을 부과하고, 한화솔루션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한화솔루션이 컨테이너 운송거래, 탱크로리 운송거래 등에서 한익스프레스를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우선 공정위는 한화솔루션이 2008년 6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수출 컨테이너 내륙운송 물량 830억원어치를 한익스프레스에 수의계약으로 위탁하면서 현저히 높은 운송비를 지급, 총 87억원을 부당지원했다고 보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1999년 2월부터 한익스프레스에 컨테이너 물량을 몰아주기 위해 기존에 거래하던 다른 운송사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컨테이너 운송사를 한익스프레스로 일원화했다. 한화솔루션은 운송비 절감 등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2019년까지 실질적인 가격 검증 없이 매년 전체 물량을 수의계약으로 한익스프레스에만 제공하거나, 연 1회 운송사 평가를 시행해야 하지만, 1999년 이후 평가를 하지 않는 등 비용절감이나 효율성 제고 등과는 배치되는 행동을 보였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물류일감 몰아주기'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비합리적인 행태를 보였다”고 했다.

한화솔루션은 또 2010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염산 및 가성소다를 대리점 등에 판매하면서 한익스프레스가 ‘통행세’를 받도록 해줬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한화솔루션은 탱크로리 차량을 보유한 운송사에 운송을 위탁하는 소위 ‘탱크로리 운송거래’를 하고 있다. 2010년 1월 이전엔 통상 대리점이 전속 운송사를 이용해 스스로 필요한 곳에 운송하는 ‘상차도 조건’으로 염산·가성소다 등이 운송됐는데, 2010년 1월부터 모든 대리점에 대해 한화솔루션이 필요한 곳까지 운송하는 ‘도착도 조건’으로 전환하면서 한익스프레스를 ‘통합운송사’라는 명목으로 기존 전속운송사의 상위 단계에 추가해 91억원을 지원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한화솔루션의 부당지원행위로 한익스프레스의 사업기반과 재무상태가 인위적으로 유지·강화됨으로써 한익스프레스의 경영여건이 경쟁사업자에 비해 부당하게 높아졌다”고 했다. 탱크로리 운송거래는 국내 유해화학물질 운송물량의 8.4%, 염산·가성소다 운송물량의 40%에 달하는 규모로 한익스프레스는 운송시장에서 유력한 지위를 얻어 안정적인 사업을 할 수 있었고, 총 지원금액 178억원은 한익스프레스 당기순이익의 30.6%에 달해 한익스프레스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누렸다는 게 공정위의 주장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해당 대기업집단에 속한 계열회사는 아니지만, ‘관계사’라는 명분으로 ‘범 총수일가’라 할 수 있는 친누나 일가가 지배하는 회사에 일방적으로 물류일감을 몰아주어 공정거래질서를 훼손한 행위를 확인해 엄중히 조치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했다.

단, 공정위는 한화솔루션 임원 개인에 대해 고발은 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들이 직접 관여했다는 입증자료 같은 것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화 측은 이번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공정위가 한화솔루션이 총수 일가의 회사를 지원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번 사안은 특수관계인의 사익 편취 사건이 아닌 일반 부당지원 사건임에도, ‘동일인의 친누나’라는 쟁점 밖의 용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해 사안의 본질을 호도했다”고 주장했다. 한화솔루션 측은 “고발 대상에서 임직원이 제외됐는데, 이는 임직원이 지원 의도로 관여한 증거가 없어서 공정위 스스로도 임직원 개인을 고발할 수 없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솔루션이 한익스프레스에 현저히 높은 운송비를 줬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단가가 낮은 업체와의 거래만을 비교 대상으로 선정하거나, 한익스프레스의 운송단가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기준 등 4개는 배제해 한익스프레스 운송비가 현저히 비싸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또 한익스프레스가 받은 178억원의 이익에 대해서는 “컨테이너 운송은 국토교통부의 안전운임 고시 운임 단가보다도 낮아 과다한 이익이 아니다”면서 “178억원 중 105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은 인건비·운송조건 등의 차이를 감안하면 실제 13억원 수준의 이익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객관적인 사실 관계에 기초한 법률 검토와 경제학 전문가의 경제분석을 토대로 성실히 소명했음에도 공정위가 부당지원이라는 결론을 도출한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면서 “거래가 적법하다는 점을 앞으로 사법 절차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