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한 이후 사람들은 천문학적인 상속세 규모에 놀랐다. 무려 1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율은 최고 50%이며, 대기업 최대주주에게는 할증까지 붙어 최대 60% 수준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상속세 폭탄’이 남의 일일까. 최근 몇 년 사이에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수도권에 집 한 채 가진 사람도 상속세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평범한 사람들도 미리미리 준비하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전혀 대비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세금 폭탄’을 맞고 후회하거나, 유가족이 너무 큰 부담을 지는 안타까운 사례가 흔하다. 노력한 만큼 세금을 아낄 수 있는 상속세 절세 팁을 알아보자.
◇①상속 전에 미리 증여하라
어차피 물려줄 돈이라면 생전에 증여하는 게 좋다. 주의해야 할 건 상속 개시일 전 10년 이내(상속인 외의 자는 5년 이내) 증여한 재산은 상속세 계산 시 합산한다는 점이다. 애써 미리 증여해도 세율이 같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사전 증여하고 10년 이내 세상을 떠나더라도, 상속세를 아낄 가능성도 있다. 상속세를 계산하는 기준인 재산가액이 증여 당시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마다 값이 오르는 자산이라면 미리 증여하는 게 유리하다. 예컨대 부친이 자녀에게 5억원짜리 아파트를 증여했는데 9년 후 사망했다고 해보자. 사망 시점에 아파트 가격이 10억원이더라도, 증여 당시의 가격(5억원)을 기준으로 상속세 계산 시 합산된다. 결과적으로 상속재산가액이 낮아지고 상속세도 줄어든다.
◇②병원비는 피상속인 돈으로 내자
자식 된 도리로 부모님 병원비를 대신 내주고 싶은 게 당연하지만, 절세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바람직하지 않다. 피상속인인 부모의 재산으로 병원비를 내면 그만큼 상속재산이 줄어든다. 따라서 감소한 부분에 대한 세금은 안 내도 된다. 그러나 자녀 재산으로 병원비를 내면 상속재산이 그대로이며 상속세도 그대로다. 한편 피상속인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못 낸 병원비가 있다면, 이후 상속 과정에서 채무로 공제받을 수 있다. 따라서 피상속인 병원비는 피상속인 재산으로 내거나 사망 후 내는 편이 유리하다.
◇③임대 부동산, 월세보다는 전세로
부모 등 피상속인이 임대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면 월세보다는 전세를 놓는 편이 낫다. 임대 부동산을 상속받는 사람은 향후 임대 계약이 만료될 때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세법에서는 이를 피상속인의 채무로 보고 상속세를 계산할 때 공제해준다. 따라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월세 비율을 줄이고 보증금 비율을 높여둔다면, 향후 공제받을 수 있는 채무액이 커지는 셈이다. 물론 보증금으로 받아둔 돈은 ‘금융 재산’으로 상속세가 붙으므로, 생전에 생활비 등으로 계속 쓰는 편이 좋다.
◇④주택연금으로 상속세 줄이기
주택연금 제도를 활용해도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 주택 소유자가 사망했을 때 그동안 주택연금으로 수령한 상당액은 채무로 간주된다. 그렇기 때문에 상속 재산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면 주택 소유자 또는 배우자가 만 55세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부부를 합산해 보유한 주택의 시가가 9억원 이하여야 한다. 다주택자도 합산 가격이 9억원 이하면 가입 가능하다. 9억원을 초과한 2주택자의 경우 3년 내에 주택 한 채를 처분하기로 약정하면 가입이 가능하다. 현재 국회에서는 이 기준을 공시가 9억원(시가 12억~13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⑤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상속세 내자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내는 편이 유리하다. 우리나라 세법은 공동상속인들이 각자 물려받은 재산의 비율에 따라 연대해 상속세를 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각자가 상속받은 재산 한도 내에서는 누가 상속세를 얼마만큼 내든 상관없다는 뜻이다.
예컨대 상속인끼리 재산을 나눠 물려받을 때, 생존한 모친이 상속세에 해당하는 만큼의 금융 재산을 물려받아 상속세를 전액 낸다고 해보자. 향후 모친이 세상을 떠나면 재차 상속이 이뤄지는데, 앞서 상속세를 내 재산이 줄어들어 있다. 따라서 모친의 재산을 물려받으면서 내야 하는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⑥상속세 낼 돈, 종신보험으로 대비
생전에 종신보험에 가입해두면 언제 사망하더라도 상속세를 내기 위해 아까운 재산을 급히 처분할 필요가 없다. 보험료를 납입하는 계약자와 보험금을 받는 수익자를 모두 자녀 이름으로 해두면, 상속 보험금은 부모가 물려주는 재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보험금에 대해선 상속세를 낼 필요 없다. 계약자·수익자가 같기 때문에 증여세도 없다. 물론 보험료는 자녀가 본인 소득으로 내야 한다.
상속세는 단기간에 줄이기 어려운 세금이다. 효과적으로 절세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상속인 간에 다툼 없이 재산을 나눠 물려받는 것이다.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하고 미리 계획을 세워두는 편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