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일러스트/정다운

“누나 바빠? 휴대폰 고장 나서 카톡(카카오톡) 바꿨어. 이걸로 추가해줘.”

A씨는 지난해 이런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남동생이라는 걸 의심하지 않고 무심코 ‘알았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30분쯤 지나자 ‘남동생’은 “급히 송금해야 할 돈이 있는데 휴대폰 고장으로 공인인증서를 못 써 송금이 어렵다”면서 “누나가 대신 보내주면 오후에 송금해주겠다”고 했다. A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580만원을 ‘남동생’이 알려준 계좌번호로 송금했다. 그러나 돈을 받아 간 사람은 남동생이 아니라, 그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이었다.

◇카톡으로 ‘엄마, 나 100만원만’...연말이면 이 범죄 늘어난다

금융감독원은 카톡 등 메신저로 지인을 사칭해 연락한 후, 돈을 보내달라거나 개인정보를 달라고 요구하는 ‘메신저피싱(지인 사칭형 사기)’이 늘어나고 있다고 3일 경고했다.

메신저 피싱은 최근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보이스피싱 수법이다. 올해 1~9월 메신저피싱 사기건수는 6799건으로 전년 대비 14.6% 증가했다. 피해금액은 237억원에 달한다. 한 해 전보다 25.3% 급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특히 매년 4분기에 메신저 피싱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메신저 피싱은 크게 세 단계로 진행된다. 첫째는 자녀 등을 사칭해 급하게 도움이 필요하다며 접근하는 것이다. 당연히 전화로 부탁할 법도 하지만 “핸드폰이 고장났다”는 등 핑계로 통화를 피한다. 금감원은 “대화 도중 평소 관계에서 나올 수 없는 말투·호칭을 쓰는지 유심히 봐야 한다”고 했다.

둘째 단계는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돈을 달라고 할 땐 흔히 급히 갚아야 할 빚이 있다거나 온라인 결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본인 계좌가 아닌 제3자 계좌로 돈을 보내 달라고 요구하는 걸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잘 아는 계좌가 아닌 제3의 계좌로 돈을 보내달라고 하면 대포통장일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때로는 ‘엄마 명의로 직접 결제하겠다’는 등 핑계를 들며 주민등록증 사본이나 신용카드 비밀번호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 특히 “결제가 잘 안 된다”면서 특정 앱을 설치하라고 요구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 원격조종 앱이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범들은 이렇게 훔친 정보로 비대면 계좌를 개설해 대출을 신청한 뒤 자금을 빼돌린다.

실제 메신저피싱 사례/금융감독원
실제 메신저피싱 사례/금융감독원

◇메신저피싱 예방법은?

메신저피싱을 피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가족이나 지인이 말을 걸어 돈이나 정보를 달라고 하면, 일단 전화 통화를 해 신원 확인부터 하면된다. 보통 보이스피싱범들은 “핸드폰 고장, 분실 등 이유로 연락이 어렵다”고 둘러대기 마련이다. 그러면 친구 핸드폰 등을 활용해 전화하라고 요청하면 된다. 그래도 거절하면 보이스피싱 사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대화를 끝내야 한다.

만약 이미 속아 넘어갔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돈을 보낸 금융회사, 또는 금융감독원에 연락해 해당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요청을 하고 피해구제를 신청해야 한다. 돈뿐만 아니라 개인정보까지 넘겼다면, 본인이 모르는 계좌·핸드폰이 만들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포털 사이트에서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를 검색하면 계좌·대출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또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의 ‘명의도용방지서비스’를 사용하면 본인이 모르는 핸드폰 개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