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위원식당에서 열린 제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집 많이 가지신 분들은 불편하게 될 거다. 꼭 필요하지 않으면 파는 게 좋겠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017년 8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내년 4월까지 시간 드린다”고 덧붙였다. 돈 냄새를 가장 잘 맡는 우리나라 부자(富者)들은 이 말을 들었을까.

이런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자료가 나왔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8일 우리나라 부자 현황과 자산운용 방법 등을 분석한 ’2020 한국 부자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 7월 6일부터 8월 7일 금융 자산을 10억원 넘게 가진 400명을 설문 조사하고, 한국은행·통계청·국세청 자료 등을 함께 분석한 결과다.

이들은 최근 5년간 꾸준히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가나 토지 등이 아닌, 거주용·투자용 주택 위주다.

◇10억 이상 부자 35만명…10년 새 2.2배

부동산 같은 비(非)금융 자산을 빼고 순수히 금융 자산으로만 10억원 넘게 들고 있는 사람, 연구소는 이들을 ‘부자’라고 정의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부자는 35만4000명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2010년 16만명에서 2배 넘게 늘었다. 자산 100억~300억원 미만의 ‘고자산가’는 2만4000명, 300억 이상의 ‘초고자산가’는 6400명으로 추정됐다.

부자들이 가진 금융 자산은 모두 2154조원으로 추정됐다. 2010년(1158조원) 대비 1.9배 규모다. 이 기간 우리나라 전체 가계의 금융 자산은 약 1.7배가 됐다. 부자들이 돈 불린 속도가 더 빨랐다는 뜻이다.

전체 가계가 들고 있는 금융 자산(3760조원)에서 부자 35만명이 들고 있는 자산의 비중은 57.3%였다. 300억 이상 초고자산가 6400명이 전체 가계 자산 4분의 1 정도인 901조원을 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부자들은 어떻게 부자가 됐을까. 지난 2011년만 하더라도 절반(45.8%)은 “부동산 투자 덕분”이라고 했다. 그러나 올해 그런 답변은 25.5%로 크게 줄었다. 대신 “사업 수익 덕분”이라고 답한 부자가 37.5%로 2011년(28.4%)보다 늘었다. 연구소는 “2010년대 벤처·스타트업 붐에 따른 성공 사례가 나타나면서 이들이 부자로 합류했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상속·증여 덕분에 부자가 된 경우도 2011년 13.7%에서 2020년 19%로 많아졌다.

금융 자산을 10억원 이상 들고 있는 이들 셋 중 둘(62.5%)은 “나는 부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부자들은 ‘부자’라고 불리려면 총자산 70억원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자들은 최근 5년 꾸준히 부동산 비중 늘렸다

부동산에 투자할지, 아니면 주식 같은 금융 자산에 투자할지는 재테크의 영원한 화두다. 부자들은 어땠을까.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부자들은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차츰 줄였다. 그러나 2016년 이후로는 꾸준히 부동산 비중을 높이고 있다. 부동산 비중은 2016년 51.4%에서 올해 56.6%로 증가했다. 연구소는 “2010년대 중반부터 부동산 시장이 강세로 돌아서면서, 부자들도 부동산 자산 투자 비중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동산 가운데서도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지난 2011년 부자들의 부동산 자산 가운데 거주용·투자용 주택 비중은 각각 46.2%, 13.4%였다. 올해는 각각 52.4%, 18.2%로 커졌다. 연구소는 “2010년대 후반 들어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 사태로 부자 4명 중 1명 손실…"일단 관망, 장기 유망 투자처는 주식"

올해 상반기 코로나 사태는 부자들에게도 타격을 줬다. 부자 넷 중 하나(27.5%)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자산 가치 하락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평균 손실률은 14.2%였다. 코로나에도 자산 가치가 뛰었다는 부자도 일부(6.5%) 있긴 했지만, 평균 수익률이 2.9%에 그쳤다.

부자들의 올해 투자 전략은 ‘관망’으로 요약된다. 현재 부자들은 전체 자산 16.2%를 현금이나 수시입출금 통장 등으로 보유하고 있다. 전년(14%) 대비 2%포인트 이상 증가한 것이다. 또 부자 80~90%는 올해 채권, 펀드, 리츠(REITs) 등 대부분 금융 상품 투자를 “지금 정도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연구소는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확대, 글로벌 저성장 기조 확대 등으로 부자들이 탐색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주식을 바라보는 태도는 다소 달랐다. 부자 24.5%는 “올해 주식 투자를 늘리겠다”고 답변했다. 줄이겠다는 응답(11%)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금융 자산이 50억원 넘는 부자들이 주식 투자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장기적으로 수익이 기대되는 유망한 금융 상품 역시 ‘주식’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부자들에게 장기 유망 금융 자산을 물었을 때, 절반 이상(57.1%)이 주식을 꼽았다. 2위인 투자·저축성 보험(17.6%)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